[박기호 교수의 공감] 하나의 행복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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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하나의 행복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가 열린다
  • 박기호 교수
  • 승인 2019.07.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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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치과대학 교정학교실 박기호 교수

필자가 중고등학생일 때는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과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던 시기로 공대가 상당히 인기 있었다. 필자도 고등학생 시절 내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전기 공대 입시에 실패하고 후기로 치과에 들어오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니지만 몇 년 동안 꿈꿔왔던 일이 틀어지면서 어린 마음에 한동안 방황하며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필자와 비슷한 이유로 방황하던 1년 선배는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에 빠져 살다가 결국 예과 2학년 때 다시 공부해 공대로 진로를 바꾸기도 했다. 

90년대 후반에 IMF 사태가 발생하고 대한민국 경제가 휘청하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지다 보니 안정적인 의약계열의 인기가 급속히 높아졌다. 한때 최상이었던 한의대의 인기가 주춤해진 십여 년 전에는 치과대학의 입시성적이 상한가여서 대한민국 이과의 극상위권 학생들만이 치대 입시를 통과할 수 있었다. 필자가 느끼기에 그 당시의 치대생들은 자부심이 대단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예과생들 중에서 전공을 바꾸기 위해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치과의 불경기가 수 년 이상 지속되고 치과의사의 전망이 좋지 않다는 얘기들이 돌면서 요즘은 예과생들 중 한 학년에 다섯 명 이상이 다른 전공을 위해 반수를 선택한다. 안타깝지만 다시 입시를 준비하지 않는 예과생들 중에서도 치대생으로서 비전을 갖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치과의 수가 급증하고 수가 경쟁이 심해지는데 환자들의 요구 조건도 갈수록 까다로워지다 보니 많은 치과의사들이 상처받고 좌절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여러 명이 함께 대형치과병원을 개원하면서 한 때는 크게 성공했지만 점차 힘들어지는 경영 여건으로 인해 깨지면서 서로를 공격하기도 하고 환자나 직원과의 큰 다툼으로 법적인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필자의 지인들 중에 몇몇은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아예 환자 진료에서 손을 떼는 경우들도 생겼다. 필자를 포함한 교수들도 과거보다 강화된 진료, 연구, 교육의 압박뿐 아니라 과거에 관행적으로 받아들여지던 일들이 훨씬 강화된 잣대로 평가돼 큰 문제가 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게 됐다. 

얼마 전 필자도 여러 일들로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평소 존경하던 선배가 ‘신은 언제나 하나의 문을 닫아 버리면 다른 하나의 문을 열어주신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바이블에도 나오고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헬렌 켈러 등 많은 위인들이 남겼던 유명한 명언. 어렸을 때부터 시각, 청각 장애인이라는 큰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를 뛰어넘어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장애인 인권 운동, 스베덴보리파, 사회주의 분야에서 엄청난 업적을 이룬 헬렌 켈러의 마음이 깊이 느껴지는 명언이다. 이외에도 필자가 요즘 되새기는 헬렌 켈러의 말이 있다. ‘세상에는 많은 고통이 있지만, 그것들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것들도 그만큼 많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볼 수는 있으나 비전이 없는 사람이다’.

필자의 지인 중에 서울에서 공동개원으로 치과를 크게 운영하다가 여러 문제들로 인해 몇 년 전에 강원도의 군 지역에 단독개원을 한 친구가 있다. 처음 지방으로 이전할 때는 상당히 걱정을 많이 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치과 개원 상황도 서울에서 공동개원 할 때보다 많이 개선됐고, 공기 좋은 곳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그런지 결혼 후 십 년 가까이 생기지 않던 2세까지 얻게 되는 축복을 받았다. 몇 년 전에 교정과 레지던트에 지원했다가 경쟁에서 밀렸던 한 후배는 한동안 좌절했지만 끊임없는 노력 끝에 개원한 치과가 페이닥터를 몇 명 둘 정도로 상당히 잘 돼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한다. 필자도 예과 때의 방황 이후로 좋은 친구들과 선배들을 만나면서 다행히 치대생으로서의 비전을 갖게 됐다. 인생의 비전을 가지게 되니 어떤 일이든 긍정적이고 열심히 임하게 됐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전기 입시에 실패하고 후기로 치대에 입학하게 된 것이 필자에게 큰 기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도 시련이 찾아올 때는 닫힌 과거의 문만 바라보지 않고 새롭게 열려질 문을 찾고자 노력하려 한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나 치과계에서는 원장으로서, 교수로서 책임감만 가득하고 막상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들로 인해 스스로의 행복을 희생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좋지 않은 치과 경영 여건과 우리를 둘러싼 외부의 환경들은 단시간에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닫히는 행복의 문만을 바라보면서 좌절하기에는 우리는 시각, 청각 장애인이었던 헬렌 켈러보다는 상황이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도 새로이 열릴 행복의 문을 바라보며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치과를 둘러싼 외부 환경들도 속히 개선돼 우리 모두 행복할 권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절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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