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원장의 오만과 편견] 환자의 컴플레인과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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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원장의 오만과 편견] 환자의 컴플레인과 공감
  • 김기영 원장
  • 승인 2019.05.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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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다스치과 김기영 원장

진료를 하다보면 환자들은 이런 저런 내용의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컴플레인의 본질은 그 내용보다도 환자의 이야기를 잘 듣고 알아주지 않는 의료진의 태도에 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

인턴 때 골절 환자가 떠오른다. 광대뼈와 턱뼈가 부러진 환자였는데 폭행에 의한 것이었다. 범인은 남자친구였는데 놀랍게도 그 가해자가 보호자로서 같이 설명도 듣고 동의도 하는 것이었다. 이 골절 환자는 우울증과 간질이 있었는데, 수술 직전에 발작이 일어나 수술도 연기하는 등 애를 먹었다. 

수술이 끝나고 그 환자는 한참을 더 병원을 다녔는데 하루는 수술 부위에 감각이 없어졌다고 펑펑 울었다. 사실 처음부터 심한 골절로 감각이 없는 상태였지만 수술을 했는데도 감각이 없으니 실망이 컸나보다. 처음 이 컴플레인을 들었을 때 나는 왜 감각이 현재도 없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런데도 환자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제 남자친구로 넘어간다. 심한 폭행을 한 가해자이지만 자신을 사랑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남자친구밖에 없다고 했다. 이제 이렇게 감각도 없어져서 침을 흘리고 있으니 어떤 남자가 자기 옆에 있겠냐고 했다. 

순간 나도 목이 메기 시작하더니 펑펑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나중에 환자가 나를 달래주기까지 했지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 후로도 환자는 수시로 나를 찾아와 때로는 감각 이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때로는 남자 친구 이야기를 하며 울기도 하고 갑자기 어린 아이처럼 웃기도, 화를 내기도 하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면서 죽는 시늉까지 했다.

나는 그 때마다 별로 해줄 수 있는 말도 없고 해서 그냥 앉아서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악몽 같았던 그 때 당시를 어떻게든 살아내고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환자가 속상하다고 하면서 하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속상해진다. 공감이 감정 노동이 되면 무척 스트레스 받는 일이겠지만 사실 환자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듣는 것은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나 대화의 스킬이 아니다. 이야기를 듣는 시간만이라도 내가 인생을 사는 관점을 상대방의 관점으로 바꿔놓고, 관계의 장을 이해함으로써 얻어지는 대화의 정확함보다 공감함으로써 얻어지는 대화의 깊이가 살아가는 데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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