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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원장의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 어느 과일가게 주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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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호 원장의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 어느 과일가게 주인 이야기
  • 정민호 원장
  • 승인 2019.03.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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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스치과교정과 정민호 원장

옛날 어떤 마을에 과일과게가 있었는데, 가장 주력으로 파는 과일은 사과, 포도와 귤이었고 배, 수박과 딸기 같은 다른 과일들도 조금씩 가져다 팔았다. 과일가게주인은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고, 오랜 시간 많은 과수원들을 파악하고 맛있는 과일을 고르는 방법을 익히는데 힘써 왔었기에 과일가게는 점점 더 번창했다.

그 마을은 영주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었는데, 영주가 어느날 찾아와 ‘마을 사람들이 과일을 좀 더 많이 먹을 수 있도록 앞으로 사과값을 반으로 내려 팔도록 하게. 자네가 사과에서 좀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과일도 파니까 이익은 나지 않겠나’면서 사과가격을 반값으로 내리라고 요구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영주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자칫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었기에 가게주인은 사과를 손해보고 팔더라도 다른 과일들에서 이익이 나면 가게 유지는 되겠다 싶어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듬해 영주가 다시 찾아왔다. ‘사과를 손해보고 팔아도 전혀 문제가 없지 않았나? 자네 덕분에 마을 주민들이 나를 더 좋아하고 따르게 됐다네. 그래서 말인데 이제는 포도와 귤도 반값으로 팔도록 하게’. 가게주인은 포도와 귤마저 손해를 보고 팔면 가게 운영이 무척 빡빡하게 돌아갈 것 같아 두려움을 무릅쓰고 ‘그래도 이익을 좀 남길 수 있게 해주셔야 하지 않습니까’하고 변경을 요청했다.

영주는 이런 대화를 들으며 주위에 서있던 마을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여러분 포도와 귤을 지금의 반 값에 팔도록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위에 서있던 마을 사람들 대다수는 ‘좋지요!’, ‘집이 가난한 사람들도 포도와 귤을 먹을 수 있어야죠’하면서 이를 환영했다. 당장 가격을 반으로 낮추는 것이 과일가게주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영주의 ‘이것 보게. 이건 내가 억지를 부리는게 아냐. 마을사람들 대다수가 이렇게 좋아하지 않는가?’라는 말에 가게주인은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영주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과일가게주인은 점점 가게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져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했을뿐더러, 메론이나 오렌지, 아보카도 같은 구하기 어려운 과일들을 구해와 이익을 어떻게든 만들어보려 했다.

또한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이웃 마을들에 비해 우리 마을의 과일가격이 터무니없을 만큼 싸고, 그래서 과일 소비량이 훨씬 많으며, 그 많은 과일을 공급하느라 이웃마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한다는 등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만들었고, 영주가 과일가격을 너무 심하게 낮추도록 강제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알리려고 했다.

과일가게주인이 이런 노력을 기울이자 마을 사람들은 과일가게주인의 입장을 이해해주기보다는 ‘지금도 돈을 잘 벌고 있으면서 마을 사람들이 과일을 싸게 먹는게 그렇게 마음에 안드느냐?’, ‘새로운 과일들로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 그것도 지금의 반값 이하로 낮춰야 한다’면서 과일가게 주인을 비난했다.

영주는 과일가게주인이 자주 하소연을 하자, 합리적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과일가격을 결정하는 위원회를 만들고 영주와 과일을 많이 먹는 마을주민 세 명, 과일가게 주인 이렇게 다섯명이 매년 연초에 사과, 포도와 귤의 가격을 의논하고 다수결로 가격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과일가게주인은 사먹는 사람 세 명과 영주는 무조건 싸게 팔라고 할텐데 다수결로 정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지만, 영주는 자신의 합리적인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이 마을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것 자체를 금지시키겠다고 대답했다.

과일가게주인은 너무 괴로웠지만 과일가게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기에 더욱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새로 이웃마을에서 구해오고 과일가게 한쪽에 커피집을 열어 부업도 시작했다.

정신없이 일하던 어느날, 영주가 또 찾아왔다. ‘주민들이 더 다양한 과일을 먹고싶어한다네. 그래서 이제 앞으로는 자네가 취급하는 모든 과일의 가격을 위원회에서 결정하려고 한다네’. 과일가게주인이 ‘아니 그럼 모두 손해보고 팔라는 말씀이십니까?’라고 하자, 영주는 ‘설마 그럴리가 있겠나. 새로 추가되는 과일들은 손해는 안 나게 해주겠지. 날 믿어보게. 그리고 이게 마을 주민들 다수가 원하는데 따라야지. 이 마을에서 장사하기 싫은가?’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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