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교수의 공감] 전공의 지원 러시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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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전공의 지원 러시에 대해
  • 박기호 교수
  • 승인 2019.03.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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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치과대학 교정학교실 박기호 교수

2년 전에 필자는 개원 러시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공의 지원 러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매년 ‘치과의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라는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서 되돌아보니 그때가 호경기였다고 깨닫게 되는 일들이 종종 있었던 것 같다. 

필자가 치대생이었던 1990년대는 이전에 비해 치과의사의 수가 늘어나면서 서서히 개원가의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대형 치과가 늘어나면서 치과의 경영 규모가 커지게 됐고, 임플란트가 대중화되면서 치과의 파이도 크게 증가했다.

이때부터 치과 간의 환자 수나 수입의 격차가 크게 나기 시작한 부작용도 있었지만 당시에 개원을 한 개원의들은 대부분 큰 어려움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교정의 경우도 와이어 밴딩을 줄일 수 있는 스트레이트 와이어 브라켓이 대중화되면서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수가 늘어났으며, 교정 전문 치과에 대한 개념이 자리 잡히면서 교정 치과의 경기도 상당히 괜찮아 개원 후 몇 년이 지나면 대부분이 자리를 잡고,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치대의 인기도 높아져서 의대나 한의대보다 더 실력 있는 학생들이 들어오곤 했다. 치과의 경영 환경이 괜찮다보니 당시만 해도 수련을 받지 않고 서둘러 개원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또,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페이닥터들의 연봉이 전공의들보다 훨씬 높으면서 자리도 많다 보니 졸업 후 전공의를 거치지 않고 페이닥터로 향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치전원 제도가 도입되고 졸업생들의 연령이 증가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당시에는 페이닥터를 오래하기보다는 개원을 위한 필수적인 경험만 하고 개원을 일찍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십 년 전부터 전반적으로 국내 경기의 침체가 지속되고 치과의사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 수가 경쟁이 심해지면서 치과의 개원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임플란트나 교정 수가가 십여 년 전에 비해 거의 절반으로 떨어지며 저수가 경쟁으로 인해 치과계 전체의 파이가 크게 위축됐다.

과거에 비해 개원하기 적당한 장소도 줄어들고 개원 후 안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몇 년이 지나도 고전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개원을 했을 때의 불확실성과 개원의로서의 스트레스를 일찍 감당하는 것보다 적당한 수입이 보장되는 페이닥터를 오래하면서 앞길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올해 인턴 지원을 받은 결과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은 최근 10년 중에 가장 많은 지원자가 지원했다. 몇 년 동안 인턴 지원자가 너무 적어서 걱정을 했는데 갑자기 지원자가 크게 증가해 필자는 처음에는 졸업생들이 좀 더 학문적으로 깊은 공부와 경험을 하고자 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인가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러나 인턴을 지원한 여러 명의 제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더 전문적인 경험을 해보기 위한 목표들도 많았지만, 개원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서둘러 개원을 하기는 두렵고 이제는 괜찮은 페이닥터 자리도 많이 줄어들면서 페이닥터에 대한 처우가 열악해진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전공의 지원을 결정한 경우도 꽤 있었다. 과거에는 바로 개원했을 나이 마흔이 다 된 졸업생들도 전공의 지원 대열에 섰다. 

십여 년 전 개원한 선배들의 패기 있는 모습을 보면서 후배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가졌다면, 이제는 선배들이 현실적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치대생들이 개원의로서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줄어들게 된 것 같다.

굳어진 저성장 시대를 살면서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준비하고도 일자리가 부족해 몸부림치는 대한민국 20대의 모습이 치과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치과계가 이렇게 침체된 것은 사회 경제적인 문제에 기인한 부분들도 많지만 치과계 내부의 원인들도 큰 것 같다. 우리 기성 선배들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저수가 경쟁, 과도한 광고 등 공생보다는 각자도생의 치열한 분위기를 만들다 보니 모두가 힘들어지고 후배들도 이미 명성, 실력, 경제력을 갖춘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침체된 조직은 미래가 없다. 치과계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치대생들이 다시 공부해서 다른 전공을 찾아가는 일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수년 만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이런 분위기를 일선에 있는 교수들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당장 개선할 수 있는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치과계의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십 년 전에 임플란트가 치과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것처럼 치과계의 새로운 파이를 찾기 위한 노력들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치과계의 전성기가 돌아와서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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