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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권 원장의 데자뷰] 싸이의 성공, 그리고 약자(underdog)의 역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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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권 원장의 데자뷰] 싸이의 성공, 그리고 약자(underdog)의 역설 (上)
  • 윤미용 기자
  • 승인 2012.11.29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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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보았는데 ‘외국인 강남스타일 받아 적기’라는 제목으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따라 부르고 싶은 외국인의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어 가사의 발음을 알파벳으로 옮겨 적은 것인데,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다.
“Na je nun ta sa ro un in gan jo gin… Gu run ban jon I nun yo ja…”
만일 세종대왕께서 이러한 ’한글의 글로벌화(?)’를 보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중, 고등학교 시절 영어는 정작 잘 못하지만 우리말로 팝송 가사의 영어발음을 옮겨 적어 외우던 내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 대비되는 현실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매년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하는 미주간지 ‘타임’처럼 만일 우리나라 언론사가 올해의 인물을 선정한다면 싸이가 받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올 해 싸이 만큼 국내외에서 긍정적이며 즐거운 뉴스를 가져다 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9월 싸이가 트윗에 올린 글처럼 ‘비현실적인 매일’이 그에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가지 언급할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싸이는 우리나라의 모든 가수들 중에서 소위 K-팝의 선두주자 예상 목록에는 들어있지 않은 가수라는 것이다.
10~20대 초반의 평소 모습만으로도 ‘화보’가 되는 비주얼 만점인 아이돌 그룹이 넘쳐나는 우리 가요계에서 30대 중반의 나이에 그리 호감 가지 않는 외모와 비율(심지어 배도 나왔는데 몸에 붙는 의상을 즐겨 입는다), 가수 활동 기간보다 여러 불미스런 사건 사고로 인해 활동하지 못한 기간이 더 많은 적지 않은 굴곡의 시간을 겪은 ‘살짝 한물간’ 가수가 아니었던가.
가수보다는 오히려 ‘대한민국의 평균 이하’를 지향하는 무한도전의 멤버로 더 어울릴듯하다.
사람들 이미지에는 음악성, 가창력보다는 괴짜 또는 엽기 이미지에 가깝고, 4년마다 한번 있는 ‘월드컵 광장 응원’ 전문 가수로 느껴질 법한 가수 싸이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많은 언론매체 에선 싸이의 성공 원인을 설명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중독성 강한 비트와 후렴구, 유튜브와 SNS를 이용한 홍보전략, 우스꽝스럽지만 많은 패러디를 양산해내는 개방성 강한 말 춤 등 항상 그렇긴 하지만 이 사나이의 성공에 대한 설명과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나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별 볼일 없어 보였던 한 가수가 이런 성공을 거둔 숨은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10월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의 연자로 싸이 만큼이나 독특한 외모를 가진 한 남자가 내한하였다.
베스트 셀러 ‘티핑 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의 저자로 알려진 말콤 글래드웰은 이 포럼에서 ‘약자(underdog)의 역설’이란 주제로 그만의 독특한 견해를 펼쳐 보였다.
약자의 역설이란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을 품은 약자가 기존 강자 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이론이며, 여기서 underdog은 투견에서 상대적으로 약점이 많아 강자인 topdog의 밑에 깔린 존재(underdog), 즉 약자를 뜻하는데, 스포츠 영역에서 이미 많이 쓰여지는 용어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약자가 강자를 이기고 승리할 수 있을까?”
말콤 글래드웰은 ‘다윗과 골리앗’을 예로 들며 다윗의 승리는 우선 골리앗의 싸움의 법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약점(작은키)을 발판으로 창조적 전략(돌팔매질)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라크 전쟁과 베트남 전쟁의 사례도 같은 관점에서 말한다. 이라크는 미국과 같은 전쟁 방식으로 맞불을 놓다 패전하였고 베트남은 자신의 약점과 한계를 인식하고 4년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미국의 보이지 않는 약점을 공략해 장기적인 게릴라전을 펼쳐 결국 승리했다는 것이다(늦어도 내년 가을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새 책이 나온다고 한다).
새로운 이론도 아니고 몇몇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시키는 ‘일반화의 오류’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스포츠 영역에서는 이미 꽤 넓은 지지를 받는 이론이다.
FC 바로셀로나를 상대로 그들의 장기인 패싱 게임을 통한 점유율 축구를 같이 구사하면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강자와 경쟁할 때는 강자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경쟁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싸이의 경우를 보아도 그래 보인다.

 

고운미소치과 차상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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