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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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조선경 원장
  • 승인 2019.01.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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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치과 조선경 원장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알렉산데르 푸시킨의 시다. 

이 시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며, 현실의 삶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미래에 대한 꿈을 잊지 말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시의 창작 배경은 시인 푸시킨이 모스크바 광장에서 소경 걸인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푸시킨은 걸인에게 자신도 가난한 처지인지라 돈이 없다고 글씨 몇 자를 써 주며 몸에 붙이고 동냥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얼마 후 다시 만난 걸인은 푸시킨의 글을 붙인 이후 사람들에게 많은 동냥을 받았다고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자신에게 써준 글의 내용을 알고 싶어 했다. 푸시킨은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라고 알려준다. 아마도 사람들은 현재 춥고 고단한 날을 보내고 있지만 봄을 기다리는 걸인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며 희망을 가지게 됐을 것이다. 이 일로 인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가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현재를 살아가며 삶에 속고 지쳐있는 우리에게도 봄을 기다리는 희망이 절실히 필요한 것 같다.

2018년 우리나라의 10대뉴스는 남북&북미정상회담, 최저임금 논란, 집값 폭등으로 멀어진 내 집 마련, 소득주도성장 공방,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 30년 만의 평창올림픽 개최, 지방선거 여당 압승, 반도체가 견인한 수출한국호, 미투 선언으로 남녀 간 성혐오 확대이다. 

국제적으로는 G2 무역전쟁에 휘청하는 세계경제, 미 금리인상에 글로벌 긴축,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30년 절대권력시대 개막, 영국·프랑스·독일 유럽 빅3 리더십 위기,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가상화폐의 끝없는 추락, 세계를 울린 태국 동굴소년의 무사생환, 국제유가 50불 붕괴로 흔들리는 OPEC, 산불 강진 태풍 등 지구를 덮친 자연재해 등이 있었다.

뉴스를 살펴보면 2018년은 빛보다 그림자가 짙었던 한해였고 안으로는 최저임금, 밖으로는 무역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것 같다.

2018년은 개인적으로 정말 힘든 한 해였다. 매년 쉽지 않았지만 지난해는 역대급이었던 것 같다. 치과 주변 재개발로 송파구에 있던 치과를 폐업하고 본의 아니게 다른 치과로 이전하게 됐는데 성급한 결정으로 금전적인 손실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이번 치과는 역세권에 위치해서 접근성도 좋고 인테리어도 깨끗한데 월세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은게 흠이다. 뿐만 아니라 이전 원장님이 치료비가 완납된 교정, 임플란트 환자를 고스란히 남겨놓고 빠져나간 상태였고, 노후된 장비들이 계속 말썽을 부려서 수리비가 솔찬히 들어갔으며, 이전 치과에서 치료 완료된 환자의 불평이 끊이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고성이 오고 갔다. 상황을 극복해 보려고 치과 이름도 바꾸고 컨설팅도 받아 봤지만 불순한 의도를 가진 컨설턴트한테 금전적 손실에 배신감까지 느껴 맘이 편치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의욕도 떨어져서 치과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직원들이 성심을 다해 일하며 병원을 살려내려 노력했고 내게 힘이 돼 주었다. 지금도 상황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직원들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고등학교 운동회 때 했던 반별 줄다리기시합이 요즘 내 주변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우리 편 줄이 상대방에게 끌려가기 시작하면 서로 단합해서 줄을 끌기보다는 우왕좌왕하며 힘이 흩어졌고, 신이 난 상대방은 전열을 가다듬어 줄을 끌어 당겨 이도저도 할 수 없었던 우리 편은 줄을 놓아버린 적이 있었다.

지금 우리는 여러 가지 악재로 중심이 흔들리며 정치, 경제, 사회 모두 혼란스럽기만 하다. 누구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은 없이 모두 남의 탓을 하며 순간을 모면하려고만 하고 있다. 우리를 꿈꾸게 했던 최저시급 1만 원의 소비주도성장은 족쇄가 돼서 삶의 근간을 흔들고 경제를 끝이 없는 나락으로 밀어 넣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계기가 생겨 2019년은 지난해보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뉴스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지금의 혼란과 혼돈이 새로운 내일을 향한 마지막 고통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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