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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칼럼]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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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칼럼] Carpe Diem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8.11.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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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연세대학교치과대학 보존학교실) 명예교수

젊었을 때는 꿈도 못 꾸었을 영화 호사를 요즘은 매주 거의 한두 편은 본다.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되는 IPTV 시대를 맞은 덕분이기도 하고 학교 도서관에 가면 무료로 DVD를 빌려주기 때문이다. 요즘 나오는 영화들도 좋지만 주로 흘러간 명화들을 찾아서 보거나 다시 본다. 영화는 책과 같아서 볼 때마다 받는 감동이 다르다. 얼마 전에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다시 봤다. 영화에 흐르는 전체적인 주제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인데, ‘현재를 잡아라(seize the day)’ 즉, ‘삶을 즐겨라’로 번역되는 라틴어다.

영화에서는 전통, 명예, 규율, 그리고 최고를 4대 원칙으로 한 전통있고 보수적인 미국 고등학교에 새로운 영어선생님 키팅이 부임해온다. 틀에 박히고 힘든 강의에 지쳐가고 있던 학생들에게 키팅은 특별한 존재가 된다.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이기도 한 이 선생님은, 자기를 ‘오! 캡틴! 마이 캡틴!’(월트 휘트먼의 시 제목)이라고 부르게 하면서 학생들에게 틀에 박힌 입시 위주의 교육보다는 진정한 삶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고취시킨다. 키팅은 여러 모로 학교 기준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러한 행동은 가뜩이나 그의 수업방식을 못마땅해 하는 학교 당국에 반감을 가져오게 한다. 특히 키팅은 지금은 사라진 그 학교 선배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카르페 디엠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자각 시킨다. 학생들은 키팅을 통해 나름대로의 진정한 삶에 눈뜨게 되는데, 그중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의사가 돼야 한다는 강요에 힘들어하던 닐이 연극에 대한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자살을 하고 키팅은 학생들의 방종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학교로부터 추방 당하게 된다. 그러나 키팅이 떠나는 날, 자신의 물품을 찾아 교실에 들어온 키팅 선생에게 학생들은 자기들을 위해 진정한 교육을 선사했던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에 하나 둘 책상을 밟고 올라서서 경의를 표함으로써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는 학생들의 진정한 자아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키팅 선생의 진짜 선생으로서의 자세도 감동이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기대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의 요구에 따라 미래를 결정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루한 생각에 젖어있는 영화 속의 학교운영자들은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 의식을 불어넣는 키팅이 마치 학생들에게 미래는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만을 즐기게 한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카르페 디엠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에게 진정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일깨우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요즘 새롭게 유행하는 YOLO(you only live once)와 비슷할 수도 있다. 그것은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 와는 판연히 다른 것이다.

요즘 치과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우리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중고등학교 전 학년을 거쳐 반에서 거의 1등을 빼앗긴 적이 없는 학생들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의 문제가 심각하다. 학생들을 성적 순으로 줄을 세우다 보니까 반드시 학생들 중 반은 열등생이 될 수밖에 없는데, 살아오면서 한 번도 열등생 대열에 끼인 적이 없던 학생들이 받는 자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각 학교에서도 사회의식을 불어넣기 위해 상당량의 인문학 교육을 시키고는 있지만 사실 이러한 사회의식은 강의실 내에서의 교육 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가의식, 즉 Professionalism을 전문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은 Professionalism은 강의실에서의 교육 보다는 선배나 교수의 태도에서 가장 많이 배운다고 한다. 즉, 강의실에서 아무리 공자왈맹자왈을 외쳐도 그 교수나 선배가 의료인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다면 학생들은 그러한 나쁜 점을 먼저 따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기성 치과의사들의 후배에 대한 책임은 막중하다. 왜냐하면 사회 초년생 치과의사들은 제일 먼저 가까운 선배로부터 사회를 배우기 때문이다. 물론 같은 의료인으로서 특히 현실적인 여건에서 재정적으로 성공적인 개원이 되도록 도와줘야 함은 물론이지만, 치과의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보람 있는 삶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치과의사로서 보람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어제보다 오늘 수입이 더 좋아졌다고 보람 있는 삶은 아닐 것이다. 다른 직업인들이 가지기 어려운 시간 사용의 유연성을 잘 만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인간으로서 자아를 찾는 일에 투자할 수가 있다.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선후배 치과의사들 중에도 자기의 시간을 잘 활용해 여러 가지로 삶의 의미를 찾는 분들이 많다. 전문직인 치과의사로서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중요하지만, 인문학이나 역사, 문학, 음악, 미술 등에 열정을 가지면 삶이 더 즐겁고 충실해 진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폭이 넓어지고 또, 그 만큼 치과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대접을 받게 된다.

우리 모두 키팅이 되어 후배들에게 참다운 치과의사로서의 삶이 무엇인지 카르페 디엠을 일깨우는 멘토로서의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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