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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훈 학생의 작은 눈으로 크게보기] 현대 사회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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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훈 학생의 작은 눈으로 크게보기] 현대 사회의 미덕
  • 양성훈 학생
  • 승인 2018.11.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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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치의학과 1학년 양성훈 학생

최근 호캉스를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다. 호캉스란 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로 일반적인 바캉스처럼 사람이 붐비는 유명 관광지나 휴가지를 여행하는 것보다 호텔에 숙박하며 편의시설을 즐기고 가족, 친구, 연인과 오롯이 시간을 보내는 휴가를 말한다.

휴가라고 해서 꼭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기보다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멍때리기대회는 2014년에 처음으로 기획되어 매년 열리고 있다. 세 번째 대회에는 가수 크러쉬가 우승하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는데, 말 그대로 누가 더 잘 멍때리는지를 겨루는 대회이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 심박수를 측정하고 심박그래프로 우승자를 결정한다.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이 대회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과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꼭 무엇인가 만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충분한 정신적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대회는 한 중학생이 1위를 했는데, 이 학생의 우승 비결은 교과서 보기였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헌장에는 “건강이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람은 인종, 종교, 정치, 경제, 사회의 상태 여하를 불문하고 고도의 건강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야 의학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고, 사회적 건강 또한 어떤 사람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지 혹은 구성원으로서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적 건강이라고 함은 무엇일까?

영적 건강(Spiritual Health)이란 종교적 믿음 혹은 신앙심이 얼마나 건강하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의 영혼, 즉 ‘나는 누구이며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이냐?’에 대한 정체성의 확립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고도로 집약되고 물질만능주의적으로 변해가면서 ‘나’와 ‘우리’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경우들이 생긴다. 앞에서 소개한 두 가지 일화들도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케이블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공동체를 가지고 있다. 이제 너무 많은 관계들이 귀찮다. 모두가 많은 관계망 속에 존재하고, 이를 벗어나면 인정을 못 받고, 그걸 괴로워한다.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가 너무 약하고 개인을 존중 안 해준다. 우리 사회가 각자 서로를 내버려 두는 사회가 한동안 있으면 좋지 않을까”

21세기는 가치관 충돌의 시대다. 사람들의 공통된 관념이 변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닌 세상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화, 사회화라는 이름으로 인간성의 상실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일때 가장 행복한 법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런 나를 최대한 사랑하고, 또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것. 현대 사회의 또 다른 미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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