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 원장의 오늘] 제로섬 게임 세계에 떨어진 내가 초짜일리가 없어
상태바
[이수형 원장의 오늘] 제로섬 게임 세계에 떨어진 내가 초짜일리가 없어
  • 이수형 원장
  • 승인 2018.10.11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형(글로벌치과) 원장
이수형(글로벌치과) 원장

둘이서 하는 게임을 시작해보자. 게임의 룰은 심플하다. 내가 상대방에게 동전을 줄지, 말지를 선택한다. 상대방도 줄지, 말지를 선택한다. 그 조합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서로 동전을 주고받으면 둘 다 2점씩이다. 어느 한쪽만 주면, 받은 쪽은 3점, 주기만하고 받지 못한 쪽은 -1점이다. 서로 안 줬다면 둘 다 0점씩이다. 

이 게임이 단판 승부라면, 익히 알고 있는 죄수의 딜레마가 된다. 각자 마이너스 점수를 피하기 위해 서로 주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는 최선의 결과에서 멀어진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내가 생각하고 있다고 네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생각한다. 뭔 말장난인가 싶을 정도지만 요는 ‘난 최대한 열심히 머리 굴려서 손해보지 않을테야’ 정도가 되겠다. 모 열혈 애니에 나왔던 명대사, ‘너를 믿는 나를 믿어’ 따위는 냉정한 게임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단판이 아닌 여러 판 승부라면 어떻게 될까. 여러 가지 전략이 나오게 된다. 늘 주거나, 늘 배신하거나, 상대방 전략에 따라 대응하거나…. 누군가는 게임의 승자가 되고 누군가는 패자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전략이 제일 유리할까. 여러 전략의 플레이어가 섞인 리그전을 가정해보자. 결과만 이야기하면, 상대방 전략을 따라하는 ‘따라쟁이’ 전략이 토너먼트의 승자가 된다. 관점에 따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일 수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일 수도 있다. 혹은 공존공영 정도로 예쁘게 포장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리그전 성적 하위 5%가 기존의 전략을 버리고, 상위 5%의 전략을 따라한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될까. 실패하는 전략은 사라지고 성공하는 전략이 모방, 확산되는 설정에서는 리그전을 반복할 수록 극소수의 전략만 살아남게 된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리그전의 경기 수가 많으면 ‘따라쟁이’가, 적은 경기 수의 리그전이 반복되면 동전을 절대 내지 않는 ‘항상 배신자’ 전략이 지배적 전략이 된다. 

마지막으로 보상체계를 건드리면 어떻게 될까. 둘 다 동전을 낼 때의 점수가 줄어들면 ‘항상 배신자’가 극도로 우세해지고, 반대로 점수가 늘어나면 ‘따라쟁이’나 항상 동전을 내는 ‘항상 협력자’가 우세해지게 된다. 

미시간 대학의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가 제시한 이 게임에서, 상대방의 전략을 모르는 상태로 동전을 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귀결된다. 상대방이 한 명이 아닌 다수가 된다면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해석될 수 있겠다. 이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어떤 전략을 선택하는가에 대한 게임이론에 근거한 분석은 내가 혹은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가장 이과적인 답안이 될 듯하다. 

1) 많은 경기 수, 즉 반복된 상호작용이 전제되고 2) 상호이익이 가능한 ‘논제로섬 게임’이라면, 서로 동전을 내는 신뢰가 싹틀 수 있다. 위 게임의 결과다. 3) 어떤 게임인지가 참가자의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 던져진 성인이라면 이미 이 게임에 참여한 게이머들이다. 능숙한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한다면, 판을 고려해서 행동해야 한다. 상호이익이 가능한 반복된 게임판은 현실에서 그리 흔하지 않다. 세상이 아름답지 못하여 대다수가 반복될 수 없거나 상호이익이 불가능한 판이라면, ‘항상 배신자’ 전략이나 최소한 ‘따라쟁이’ 전략을 고려함이 합리적이다. 

배신이 상대방은 가능하고 내 선택 옵션에는 없는 상황이라면, 법적 혹은 제도적 방비를 하고 게임에 임해야 한다. 단단한 방어책은 상대방이 배신을 선택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억지력 역할을 할 것이다.

판을 짜는 단계에 개입할 수 있다면 면밀하게 판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경기의 수를 늘리고 상호이익을 극대화할수록 서로 신뢰하면서 쉽게 쉽게 일이 풀릴 것이다. 

좁은 치과 안에만 있다 보면, 만나는 관계가 제한적이다. 반복적으로 만나면서 논 제로섬 게임을 제안하는 데에 능숙한 영업사원들이나 반복적으로 만나면서 이익을 따질 필요가 없는 동문들, 동료들이라든가, 수 년 이상 함께하면서 서로 신뢰가 쌓인 환자들이라든가. ‘항상 협력자’ 전략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도 큰 상관이 없다. 문제가 있다면 게임의 판이 바뀌게 될 때, 그에 따라 전략을 바꾸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점이다. 실전에서 멀어져서 감이 떨어지는 게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그 동안 하던 치과를 다른 분께 넘기고 새로운 치과를 몇 달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치과 안에서나 통하던 ‘항상 협력자’ 전략으로 여러 과정을 준비하다가 어지간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상대방은 나름의 전략으로 게임에 임했을 뿐이다. 임대차 계약 이후 2주 만에 곧 재건축을 하겠다고 통보해온 건물주는 늘 해오던 대로 ‘항상 배신자’ 전략을 택했을 뿐이다. 변호사를 써서 해결해야 했지만 내 탓이다. 자꾸 말을 바꾸고, 공사 일정을 두 번이나 늦추며 늑장을 부린 인테리어 업체도 또한 내 전략을 탐색 후 합리적으로 ‘선택적 배신자’ 전략을 택했을 따름이다. 멱살잡고 하드캐리해야 했지만 그 또한 내 탓이다. 그 밖에 소소했던 잔잔한 트러블들도 내가 더 고수인 프로게이머였다면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