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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레드불, 치통, 그리고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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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레드불, 치통, 그리고 도전
  • 윤미용 기자
  • 승인 2012.11.08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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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치과 이수형 원장

지난 10월 14일 레드불이라는 음료회사가 벌인 이벤트가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었다.

지상 39km 성층권 상공에서 자유낙하로 귀환하는 도전으로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긴 시간동안 자유낙하 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것을 기획한 레드불의 과감한 마케팅도 한 몫해 전 세계 각종 TV, 유튜브, SNS 등을 통한 생중계 방송은 인간의 도전정신에 자극받은 많은 이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 자유낙하 높이 종전기록이 의외로 무려 52년 전인 1960년에 세워졌다는 점도 화제가 되었다. 그럼 과연 이번 도전에는 대체 어느 정도의 최첨단 과학기술이 동원되었는지도 관심사였다. 파란 지구를 향해 혈혈단신으로 뛰어내릴 수 있게 해준 바로 그 수트 말이다.

암스트롱 라인(Armstrong line or limit)이라 부르는 대략 19km 정도의 높이부터는 특별한 보호 없이는 기압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인체의 혈관에서 기체가 팽창해 피가 끓게 된다. 인간에게 해발 19km는 이미 우주인 셈이다. 그보다 높은 장소에서는 압력변화를 제어하기 위한 여압복(pressure suit) 없이는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52년 전 도전에서의 여압복은 오른손 부위의 압력이 쎄서 오른손에 피가 쏠리는 아슬아슬한 해프닝도 있었고, 60년도 기록을 깨기 위한 소련의 도전자는 여압복 고장으로 공중에서 사망했을 정도.

이번 도전에서는 NASA용 우주복을 제작해온 업체에서 최고의 기술로 제작했다고 하니 무사히 귀환하는 데에 큰 몫을 했다. 피가 끓는 성층권이라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한 좀 더 일반적인 현실에서도 압력은 우리 몸에 여러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늘 우리의 관심사인 치아도 예외는 아니다. 기압의 증감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치통, 즉 기압성 치통(Barodontalgia)이 바로 그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에 탑승한 군인들 중 일부에서 치통이 보고되면서 당시에는 항공성 치통(aerodontalgia)라고 불렸으나 이후 1940년대 스쿠버 다이빙에서도 쥐어짜는 듯한 치통이 보고되면서 육해공을 통합하는 의미로 요즘은 기압성 치통으로 통하고 있다.

약 0.75기압 정도인 2500~3000m의 낮은 고도만 올라가도 기압성 치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이용하는 국제선 여객기는 대개 10~12km 고도로 비행하면서 기내 기압을 대개 해발 1800~2400m에 해당되는 정도로 조절한다. 대개의 경우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여차하면 기압성 치통이 발생할 정도는 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아예 기내 기압을 조절하지 않았던 20세기 초에 비해 기압도 조절하고, 치과치료가 보급되어 구강상태가 좋아진 오늘날의 발병율이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기내 기압조절을 하는 항공기와 조절을 별로 하지 않는 전투기, 아예 하지 않는 헬리콥터의 발병율도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역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오호라, 여기서도 인생의 진리가 드러난다’ 아플 치아는 어떤 경우든 아프고야 만다.

우리는 삶의 매 순간을 확률적 불확실성 가운데 선택하길 강요 당하지만 실상 뭘 선택하든 결과는 매한가지인 경우가 있지 않은가. 개원가의 현실은 진료적으로 혹은 진료 외적으로 여차하면 피 끓는 성층권으로 내몰리기 십상인 처지인 듯하다.

그렇다고 확률적 두려움에 신경 쓰여 원하는 바를 하지 못한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일상에서 남들은 손에 꼽는 통증이 치통이라지만, 실제 생사를 넘나드는 파일럿의 의무감이나 레드불의 도전에서는 해프닝에 불과했을 터.

이 글을 통해 이리저리 곱씹어 보건대 레드불의 도전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사그라져가는 우리의 열정과 청춘에 다시 한 번 불꽃을 당기라는 메시지를 주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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