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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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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33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8.06.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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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캠핑에서 본 해질녘

육지 사파리가 끝나고 보츠와나와 짐바브웨, 잠비아를 경계하는 잠베지강에서 선셋크루즈를 한단다. 아까 4×4를 타면서 했던 사파리를 배를 타면서 보기 때문에 물에 사는 동물들을 더 가까이 볼 수가 있다.


오늘이 캠핑으로는 마지막이다. 아직 이틀의 여정 더 남아 있지만 내일 부터는 빅토리아 폭포 국립공원 안에 있는 호텔에서 자기 때문이다.

모두들 잘 견뎌온 지난 3주가 대견하기만 하다. 마침 다음주가 집사람 예순세 번째 생일이기도 해서 오늘은 내가 샴페인 두 병을 쐈다.
누구 최근에 생일 맞았거나 맞을 사람 있냐고 물었더니 레오니아가 역시 다음주에 생일이란다.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샴페인을 따니 마침 멘지가 “Ladies and gentlemen…” 을 외친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특제 스프링복스 스테이크다. 오늘도 오후 내내 시간이 비었던 멘지가 마지막 저녁으로 특식을 만든 것이다. 스프링복스에 비프소시지와 콜슬로를 곁들이고 통감자구이까지 완벽한 메뉴다.

유난히 아름다운 밤이다.

오늘은 일찍 서두를 필요가 없다기에 오랜만에 푹 자고 느즈막이 아침에 일어나니 사람들이 벌써 짐을 챙기고 있다.
아마 힘든 여행이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과 곧 집에 간다는 기대가 겹쳐서이리라. 일행 중 몇 명은 또 다른 여행을 위해 떠나지만 캠핑여행은 아니기 때문에 마음들이 가볍다.

우리도 슬리핑백이나 샌들, 모기약 등 필요 없는 짐들은 버리거나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기로 하고 큐한테 혹시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땡큐” 하고 챙겨든다. 아마 다른 동료들이나 고향 사람들에게 갖다 주려는 것이리라.

식사도 오늘 아침이 끝이다. 점심은 각자 남은 재료를 가지고 샌드위치를 싸가든지, 빅토리아에 도착해서 알아서 먹는다.

짐바브웨 국경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국경사무소로 갔더니 비자 면제국가 리스트와 비자 가격이 적혀 있는데, 우리나라는 면제국가이고 일인당 미화 25불이란다. 짐바브웨는 모든 통화가 아예 미국 달러를 사용하는데, 아프리카에서 ATM으로 미국 달러를 바로 뽑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란다.

그런데 영국은 일인당 45불이고 캐나다는 무려 79불을 받는데, 그나마도 단수 비자밖에는 안 된단다. 영국할머니들에게 농담으로 ‘너희들 왜 그렇게 푸대접을 받니?’하고 물었더니 웃으면서 아마 과거 영국이 나쁜 짓을 많이 해서 벌을 받는 중일 것일 거라고 한다.
짐바브웨는 다른 남부 아프리카 나라들이 그랬듯이 영국과 남아공의 지배를 받다가 1980년에야 독립국가로 독립을 했다.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올라 2000년 즈음에는 자국의 화폐를 폐지하고 외국 화폐를 통용하다가 지금은 아예 미국 달러를 통용하고 있다. 지금도 거리에서 1조원 짜리 옛날 돈을 1달러에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

그런데 다른 영연방국가들이 그렇듯이 아프리카 국민들도 자기네들을 지배하고 어떻게 보면 착취하기도 했던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에 대해 그렇게 악감정은 없는 것 같다. 지배는 했어도 일본처럼 그 나라 문화까지 말살하려고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내가 그럴 리는 없을 거고 아마 호혜원칙에 따라 짐바브웨 사람들이 영국에 들어갈 때 많은 비자비를 내니까 짐바브웨도 그러는 걸거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해외를 다니면서 여러 번 경험한 것인데, 우리나라 여권은 일부 국가들만 빼고는 거의가 무비자이다.

렌터카를 할 때 운전면허만 하더라도 국제면허만 가지고는 통하지 않는 데가 많은데, 한국면허증을 주면 오케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영국도 미국면허증 소지자는 면허시험을 다시 봐야 하는데, 한국 면허는 바로 바꿔준다. 이것도 우리나라가 무슨 국격이 특별히 높아서 이기보다는 서로 혜택을 인정하는 호혜원칙에 따른 것이리라.

빅토리아 폭포는 1855년 영국사람인 리빙스톤에 의해 발견된 곳이다. 폭포의 낙차가 100미터가 넘어 세계 3대 폭포라는 이구아수, 나이아가라 중 가장 낙차가 큰 곳이다. 나이아가라는 한 눈에 전체가 보이기는 하지만 멀리 떨어져서 보아야 하기 때문에 현장감이 떨어지지만 빅토리아는 바로 물이 떨어지는 협곡을 따라 수 킬로미터를 걸으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리얼하다.

중간중간에 전망대가 설치돼 사람들이 더 가까이 불 수 있는데, 지점에 따라서는 온통 물보라를 맞아야 하는 곳도 있다. 현지어로 ‘모시오아 투냐; 천둥치는 연기’라고 불릴 정도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물안개기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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