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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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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32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8.05.1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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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아프리카에서 보팅투어

점심 때 캠핑장으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늘어지게 쉬었다가 오후에도 보팅투어를 계속했다. 오후는 더 멀리 가서 해질 때까지 있다가 돌아온단다. 오후 보팅에는 쿨러를 가지고 가니까 부시워킹 하다가 마실 음료수를 가지고 가란다. 우리는 맥주를 잔뜩 샀는데, 뱃사공들한테 무얼 먹겠냐고 물으니까 전부 소프트 드링크면 된다고 한다. 음주보팅은 안 하겠다, 제법 직업의식이 철저한 친구들이다. 보팅투어만 계속해서 하면 더위에 힘들어서 그런지 보팅을 한 시간 정도 가서 숲속을 걷는 것이 델타투어의 패턴이다. 

여행을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수 십년간의 노하우 때문인지, 전체적인 일정이 기가 막히다. 광활한 대지를 오가야 하니까 이동거리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자동차가 별 말썽 부리지 않고 비포장 길을 견뎌주는 것만도 감사하다. 여행 전 노마드 회사에서 보내온 안내문에도 몇 군데나 돌발사태에 대한 이해를 설명했다. ‘여기는 어쨌든 아프리카이니까’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곳이다 이곳은 사람이 올 수 없고 오직 보트로만 접근이 가능한 곳이라 그런지 죽은 나무에 앉아있는 새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같다.

저녁에 캠핑장에 돌아오니 멘지의 특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메뉴는 쇠고기 덮밥에 호박죽인데, 정말 맛있다. 멘지가 하루 종일 마음먹고 만들었단다. 세라믹 접시에 와인글라스까지 제대로 갖추고 제대로 된 식탁에 앉아서 격식 있는 저녁을 먹었다.

막 잠이 들려는 순간 샤워를 갔던 집사람이 깨운다. 얼굴을 휴지로 가린 채 울상이 되어 있는데, 얼굴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깜짝 놀라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깜깜한데 문턱에 걸려 앞으로 넘어졌단다. 그러고보니 나도 몇 번이나 문턱에 걸려 넘어질 뻔 했는데, 이 캠핑장 실내를 너무 멋있게 만들려고 그랬는지 여기저기에 쓸데없이 턱을 만들어 놓았다. 

지붕선도 멋을 부려 밑으로 축 늘어지게 한 것은 좋았는데 가다 오다 여러 사람들이 이마를 부딪혔다. 손전등을 켜고 자세히 살피니 상처가 깊은 것은 아닌데, 이마부터 콧잔등으로 해서 코끝을 거쳐 아랫입술까지 가운데를 일직선으로 피부가 긁혔다. 아뿔싸, 그런데 응급약품을 전부 트럭에 두고 왔다. 늘 오랜 기간 여행할 때마다 다쳤을 때 필요한 연고나 누군가 같이 다니는 일행 중에 피부가 심하게 찢어졌을 때를 대비해서 심지어는 봉합키트까지 가지고 다니는데, 하필이면 오늘 내가 꼭 필요할 때 놓고 왔다. 바로 가니 몇 사람이 모닥불 옆에 앉아 있길래 누구 응급키트 가지고 온 사람 있냐니까 프란지가 있다고 한다. 구세주다. 

보니까 제대로 된 케이스에 붕대서부터 온갖 연고와 소독약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자기 부모님이 의사라서 늘 여행 갈 때마다 짐 속에 챙겨 주신단다. 집사람은 프란지가 너무 자기주장이 강하고 발랄해서 버릇없다고 별로 탐탁해 하지 않았는데, 신세를 진 후에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 뒤에도 한동안은 코끝에 딱지가 붙어 있어서 스누피 마누라로 다녀야 했지만 어쨌든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오늘은 델타 지역을 떠나 다시 나미비아로 들어가는 날이다. 우리가 머무른 지역은 지도에 표시된 곳인데, 보츠와나 내륙으로 해서 빅토리아 폭포를 가려면 델타를 빙 돌아 마운을 거쳐 쵸베 국립공원을 가로질러 가야 하기 때문에 짧은 길을 가기 위해 부득이 나미비아를 다시 들어갔다가 다시 보츠와나로 나오는 경로를 가야 한다. 보츠와나는 입국비자 비용을 받지 않아 시간만 좀 들지 돈이 더 들지는 않는데, 나미비아는 두 번 입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 전에 미리 복수비자를 받아두어야 한다. 

나중에 안 것이었지만, 롯지숙박팀은 마운에서 비행기로 북동부 델타 탐방지역을 가기 때문에 쵸베를 거쳐 바로 빅토리아폭포로 들어간단다. 그러지 않아도 빈툭에서 육로로 오타방가 텔타까지 오는 길에 다들 녹초가 됐는데, 만약 다음에 이 여행을 한다면 빈툭까지는 트럭킹 캠핑으로, 빈툭부터는 롯지숙박으로 하는 것도 괜찮을 듯 보였다.

새벽 6시 반에 캠핑장을 출발해서 역순으로 4×4를 타고 Sepopa 선착장에 가서 다시 모터보트를 타고 Sawmp Stop으로 돌아오는 경로인데, 새벽바람이 엄청 춥다. 다들 슬리핑백을 꺼내서 뒤집어쓰고 두 시간 반을 오들오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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