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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치과의사의 무거운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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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치과의사의 무거운 업보
  • 윤미용 기자
  • 승인 2012.09.20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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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8개월인 아들이 얼마 전 아래 앞니가 잇몸을 뚫고 올라오기 시작하자 부쩍 칭얼거리고 힘들하는 듯했다.
아마도 처음 느껴보는 근질거림의 낯설음 때문인지, 낮이고 밤이고 제 부모를 무척이나 괴롭혔다.
보통은 치발기를 써서 달랬지만 유독 울고 보채던 밤 내 손가락을 물려보면서 관찰해 보았다. 맹출 치아 주변잇몸의 근질거리는 어색함도 있겠지만 수직고경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맹출하는 생애 첫 치아인 유전치가 대합되는 잇몸에 닿으면서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언젠가 봤던 할머니 환자의 수직고경이 다 무너지고 대합도 안 되는 몇 개 안 남은 앞니로 신기하게 또 어떻게든 잘 드시던 그 치열처럼 말이다.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아직 그 의미를 모를 나이니 그리 울고 보챘으리라.
마치 시의 구절이 수미상관을 이루듯 인생사도 생을 접하며 나아가는 순간과 죽음을 접하며 노쇠해가는 순간이 공유하는 유사점을 굳이 발견하게 되는 것도 치과의사의 업보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두 순간들의 차이가 있다면 스러지고 허물어져가는 삶의 애잔함일 것이고, 그 시간적 흐름을 거슬러 씹어 드시도록 만들어야 하는 책임은 정말 치과의사의 업보다. 당장 유치 닦는 전용 물티슈가 과연 좋으냐를 묻는 아내에게조차 그건 치대에서 배운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는 옹색한 대답으로 핀잔을 먹는 나에게는 무거운 업보다.
부족하니 그냥 현실의 임상에서 부딪히고 열심히 할 뿐이다.
대신 국민의 노년은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니 앞으로 부분틀니로 이어지는 틀니 정책에 있어서 수많은 그 삶의 애잔함을 잘 보듬어 줄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연세루트치과 이수형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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