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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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20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7.08.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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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낙원



오늘은 멘지가 특별메뉴인 스프링복스(아프리카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사슴) 바비큐를 준비했다. 그동안 사막 벌판을 달리면서 뛰어 놀던 것은 보아왔지만 맛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은 안 했는데, 알고 보니 들판을 뛰어 다니는 모든 것이 아프리카에서는 음식이다. 나중에는 악어고기까지 시식을 해 봤다.

이곳 캠핑장은 처음으로 롯지 숙박팀과 함께 있는 캠핑장이다. 막상 예쁜 롯지를 보니까 크리스틴이 마음이 변해서 큐한테 혹시 업그레이드가 가능한지 알아봐 달란다. 힘들 때가 된 것이다. 캠핑장과 롯지가 같이 있는 곳에서는 돈을 더 내면 롯지 숙박이 가능하다.


우리도 유혹을 받았지만 어차피 고생을 각오하고 왔는데, 또 젊은 사람들한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라도 끝까지 캠핑으로 끝내고 싶었다. 이렇게 또 하루의 밤이 깊어간다.

아침을 먹고 두어 시간을 달리니 에토샤 국립공원이 나타난다.


오늘과 내일은 사파리 하는 날이다.

사파리는 우리가 타고 다니는 트럭을 가지고 그대로 한다고 하는데, 동물들의 갑작스런 공격에 대비해 큰 창문은 닫고 위 쪽의 작은 창문만 열어두란다.

얼마나 긴박한 순간이 올 것인가, 좀 긴장도 된다. 에토샤 국립공원은 2만2000 평방 킬로미터라니까 남한의 약 1/5 정도의 크기에 동물들이 저마다의 생태계를 이루며 흩어져 살기 때문에, 세렝게티나 크루거처럼 동물들을 많이 볼 수는 없단다. 그래서 마치 어렸을 때 소풍 가서 보물찾기 하던 것 같이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동물을 찾아야 한다.

조금 가다보니 쿠두(배 옆에 얼룩 줄무늬가 있는 큰 사슴의 일종)가 보이고 워터홀에 가까이 가니 멀리서 동물들이 보이는데, 코끼리, 얼룩말, 사슴들, 코뿔소들이 많이 모여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까 커다란 물웅덩이가 있어서 동물들이 아침이면 물을 먹으러 그 곳으로 모인단다. 말하자면 동물들을 보기 위한 View Point 이다. 가면서 군데군데 자연스럽게 형성된 웅덩이가 나오는데, 가는 곳 마다 약간씩 다른 동물들이 모여서 물을 먹는다. 코끼리는 여행 다큐에서 본 것처럼 늘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항상 어른들은 밖으로 새끼들은 사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무리의 안쪽에서 움직인다.

참 자연은 신기하다. 아무리 코끼리 가 IQ가 높은 동물이라도 어떻게 그런걸 생각할 수 있을까. 아마 본능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다른 동물사회에도 그렇듯이 가장 힘이 센 수컷인데 마트리아크라고 부른단다. 마트리아크는 여러 번 코끼리 무리와 마주쳤을 때마다 보면 위세가 당당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한번은 위협을 느꼈는지 우리를 공격한 적도 있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크리스틴이 환성을 지르는데, 멀리 숲속에 기린이 나뭇잎을 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 만나는 기린에 사람들이 창가로 모여 탄성을 지르며 셔터를 눌러 대니까 큐가 ‘쉿~’ 하고 주의를 준다. 모두 귓속말로 소근대며 기린의 우아한 자태를 한참 동안 감상했다.

기린은 먹는 것을 멈추더니 한참 동안 마치 우리를 구경하는 것처럼 꼼짝도 않고 우리를 쳐다본다. 호세가 “I don’t know who’s watching who(도대체 누가 누구를 구경하는 건지 모르겠네)”하고 상황에 딱 맞는 농담을 하니 크리스틴이 “Who are those silly looking animals?(저 바보 같은 동물들은 뭐 하는 것들이야?)”하면서 너스레들을 떨어 사람들을 웃긴다. 머리는 좋은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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