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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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 18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7.07.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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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만남



이 사람들 보면 밥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소스를 꺼내서 자기네들끼리 먹는다. 벌거스럼한 게 무슨 고추장 같기도 해서 관심을 보였더니 먹어보라고 권하는데, 두반장 같기도 하고 매콤한 게 밥에 섞어 먹으니 꽤 개운하다.

저녁이면 자기들끼리 바(Bar)에서 술판을 벌이는지 저녁을 먹고 나면 잘 볼 수가 없는데, 이날은 바도 없는 곳이니까 아예 텐트 안에서 술판을 벌였나 보다. 시간을 보니 10시가 되어 가는데, 이제나저제나 아무리 기다려도 소란이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같은 동양사람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말은 못 해도 얼마나 욕을 하고 있겠는가.

결국 연장자인 내가 또 총대를 멨다. 텐트에 가까이 가니 텐트 창을 통해서 술 냄새가 훅 풍겨 나온다. “Excuse me”를 두 번 하니까 깜짝 놀라 쳐다본다. “조용히 좀 해요. 지금 열 시가 다 됐어요”하니 “I am sorry, we didn’t know that late” 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일전을 각오하고 갔는데, 싱겁게 끝났다. 아침에 내가 일어나는 기척을 기다렸는지 세 놈들이 하나씩 뛰어나와 어제 정말로 미안했다고 시간이 그렇게 늦었는지 정말 몰랐다고 허리를 굽혀 사과를 한다. 기특하다. 나도 “그게 젊은 사람들의 특권이니까 괘념치 말라”고 하니 서로 더 친해지는 것 같다.

여행을 하다보면 서울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다.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만나서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와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듣는 것.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곧바로 사과를 하고 인간적으로도 더 친해지지만, 꽁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로 사과를 하지 않고 결국은 그것이 모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만약 이런 것을 즐거워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자유여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사람들은 아예 가이드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인솔하는 기획 상품을 따라가면 된다. 어떻게 보면 여행 중에서는 가장 밑바닥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캠핑 여행, 그러나 꼭 가난한 사람들이 오는 곳은 아니다. 여행의 난이도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절대 다수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불편과 사람들과의 부대낌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꼭 캠핑 여행을 권하고 싶다.

어쨌든 이 일이 있고 나서 중국 팀은 태도가 달라졌다. 그 전에는 공동으로 해야 할 일에는 쏙 빠져 있다가 멘지가 상만 차려 놓으면 먼저 쏙 들어와서 음식을 채갔는데, 이제는 나보고 먼저 가라고 권하기도 한다. 물론 웃으면서 괜찮다고, 나는 배고프지 않으니 먼저 먹으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름 어려운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네들은 꼰대가 있어서 마음이 좀 불편했을지는 몰라도 이래서 어느 조직에서나 어른은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은 다시 300여 킬로를 달려야 하는 날이다. 비포장 이동이 슬슬 힘들어진다. 젊은 축들도 큐의 아침 브리핑에 오늘은 얼마나 가느냐고 먼저 묻는다. 다들 지쳐간다.

오늘은 에토샤 국립공원을 가기 위한 거점지역인 Etotongwe에서 캠핑을 한단다. 가는 도중에 아프리카의 전통생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Himba마을에 방문한다. 도착해 보니 우리나라 민속촌 비슷한 분위기인데 둥글면서 지붕이 뾰족한 집들이 드문드문 서 있는 것들이 보인다. 이곳은 아무나 막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현지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야만 입장이 가능하단다.

특별히 입장료가 있는 것은 아니고 자유로 헌액을 받는데, 큐가 돈이나 사탕을 주는 것 보다는 밀가루나 기름 등 생필품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가는 길에 물건을 사서 가지고 들어가니 아이들이 죽 달려 나온다. 그러더니 모두 입을 벌리면서 물을 달란다. 일행 모두 측은한 마음에 물을 입에 부어주니 끝도 없이 먹는다. 그러더니 아예 물병을 빼앗아 가지고 달아난다. 나중에 보니 하도 관광객들이 와서 이것저것 주니까 Spoil이 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입을 벌려 물을 받아먹은 것도 어른들의 사주에 의한 기획된 행동 같았다.


마을로 들어가니 여기저기 여자들이 톱 리스로 앉아 있는데, 젖먹이 아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준비해 간 물건을 촌장 부인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앞에 놓으니 거만하게 보일 정도로 고개만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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