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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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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여행기⑭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7.05.24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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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젊음, 아름다움
Swakopmund



오후에는 우리 일행 거의 모두가 사막용 쿼드바이킹을 했는데, 바퀴가 네개(Quad) 달렸다고 해서 쿼드바이크라고 부른다. 도착해 보니 오후라서 바람이 부는데 꽤 쌀쌀하다.

실수로 오전 샌드보딩 할 때 입었던 얇은 옷을 그대로 입고 갔는데, 아무래도 달리면 더 추울 것 같아 걱정 됐다. 스탭에게 “혹시 빌려 입을 수 있는 자켓이 있느냐”고 하니 한마디로 “없다”고 한다. ‘매정한 놈들, 우리나라 같으면 어느 구석에서라도 찾아서 빌려 줄텐데…’. 그렇다고 가지고 온 옷 쌓아놓고 또 살 수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한번 해보자’하고 나가는데 정말 엄청 추워진다.

출발 지역은 바닷가 근처였는데, 해안을 벗어나 20~30분을 달리니 사막 한가운데서는 훨씬 공기가 따뜻해져서 견딜 만 했다. 한 시간여를 이리저리 구불구불 모래 언덕을 달리는데, 인솔자가 모래언덕을 타고 넘는 시범을 보이면 뒤에 줄 서서 가는 사람들이 따라 하는 식이다. 시작하기 전부터 사막 모래는 중간 중간에 트랩이 있어서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빠져 나올 수가 없다고 겁을 주는 바람에 모두들 얌전히 인솔자가 주행하는 트랙을 따라 간다.

아내의 기념사진


쿼드바이크의 묘미는 모래 언덕의 경사면을 따라 전속력으로 올라갔다가 옆으로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면서 원심력과 구심력을 이용해서 턴을 만드는 것인데, 오랫동안 스키를 해서인지 별로 어렵지 않았다. 두세 번 균형을 잃고 떨어질 뻔 한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가속페달을 놓아버리면 속도가 줄면서 다시 균형이 돌아온다. 한 시간 여를 달려 모래 언덕 가장 높은 곳에 도착하니 휴식 이란다.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 언덕들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을 보여준다. 옛날에 보았던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생각난다. 오마 샤리프가 낙타를 타고 사막을 질주하는 장면인데, 워낙 강렬한 인상이라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몽골 사막에서는 말을 타고 모래언덕을 달려본 적이 있지만 낙타를 타고 달리면 어떤 느낌일까. 아마 진동이 더 커서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말이나 낙타는 아니었지만 뿌연 모래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쿼드바이크도 나름 재미있다.

내 손바닥 한 배 반 정도 크기의 립 스테이크


저녁은 어제 만석이라 못 갔던 Tug 레스토랑에 몰려갔다. 역시 소문난 음식점답게 실내가 내공이 넘쳐 났고, 웨이트리스들도 아주 세련된 모습이다. 남부 아프리카 흑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쿤타킨테의 두꺼운 입술과 새까만 피부가 아니고 초콜릿 피부에 입술도 얇고 표정도 상당히 세련된 모습이다. 남자들도 모두 늘씬하고 체격이 균형 잡혀 있어 범접하기 힘든 파워를 느끼게 한다.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 대개 뚱뚱한 모습이지만 젊은 아가씨들은 모두 날씬하고 아프리카 사람들 특유의 강렬한 옷 색깔과 함께 특유의 매력을 발산한다.

우리 부부와 철수, 지은은 마침 한 테이블에 앉게 되어 이 레스토랑 대표메뉴 중 하나인 Clay Fish와 양고기 등을 시켰다. 아프리카는 와인도 맛있고 싸지만 맥주 맛도 기가 막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샤워 후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우리 생각에는 아프리카 하면 물이 없어서 맥주는 영 아닐 것 같은데, 도시에 가면 수돗물을
그냥 먹어도 좋다는 안내문이 욕실마다 붙어있다. 물론 물이 없는 사막지역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캠핑장 바에 가면 언제든지 시원하고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어서 여행 내내 행복했다.

Ben과 Raji는 오늘까지만 우리와 함께 하고, 내일부터는 따로 차를 빌려서 우리와 같은 코스를 여행한단다. 내가 이유를 물어 보니까 쑥스러운 듯이 웃더니 실수였다고 대답한다. “무슨 실수?” 하고 물으니 이번 트럭킹 여행을 예약하기 전에 원래는 자유여행을 하려고 이미 자동차 계약을 해 놓았는데, 마음이 변해서 취소하려니까 날짜가 임박해서 안 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지금부터는 빌린 자동차를 가지고 자유여행을 한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친구들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다른 젊은이들이 다음 여정을 변경 하느라 애를 쓰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1년 전부터 마음먹고 준비한 여행인데, 이 젊은이들에게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자유로움이 부럽다.

Ben은 Creative writing을 전공했는데, 무슨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잠시 휴직을 했다고 한다.

Raji는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방학을 이용해서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하긴 철수, 지은도 직장을 바꾸는 사이에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니, 동서를 막론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 사는 형태는 한 번 직장에 들어가면 뼈를 묻을 생각을 했던 우리 때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

Tug 레스토랑 입구. 제주도 돌하르방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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