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트럭여행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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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트럭여행⑬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7.05.1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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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자, 자신감이 우선이다’


보딩팀들은 따로 모여 바닥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왁싱법을 먼저 배우는데, 매번 라이딩이 끝나면 지고 올라와서 왁싱을 해야 한단다. 이건 놀이가 아니라 숫제 고행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어디서 이런 기막힌 경험을 할 것인가. 아무도 불평이 없다.

왁싱이 끝나니 예쁜 여조교의 시범이 있었다. 날렵하게 슬라롬으로 내려가는 그녀의 자태에 넋들을 놓고 있는데, 교관이 안 내려 갈거냐고 성화다. 우리 팀에서는 호세가 가장 체구도 다부지고 운동신경도 좋아서 호세보고 먼저 내려가라고 했다. 호세는 캠핑 사이에도 시간만 나면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고 근육운동을 하는 부지런하고 멋진 젊은이다. 역시 모래는 눈과 다른 걸까, 한번 토우턴 회전(앞으로 돌면서 내려가는 것)을 하더니 힐턴 회전(뒤로 돌면서 내려가는 것)을 하면서 그대로 모래에 처박히고 만다. 조교가 눈과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속도를 제어할 때는 절대로 앞발에 힘을 주지 말라고 당부를 했건만 눈에서 배운 자세가 어디를 가겠는가. 두 번째로 내가 나섰다. 멋지게 토우턴은 했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경사가 아찔하다. 힐턴을 하면서 앞을 누르지 말아야지 했지만 갑자기 내달리는 보드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겁이 나니까 나 역시 앞으로 처박히고 말았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이놈들!’ 서너 번을 하니까 감이 좀 잡혀서 턴이 되는데 문제는 지고 올라오는 것이다. 타는 건 순간인데, 다시 지고 올라와서 왁싱을 하고 하면 이삼십 분이 후딱 지난다. ‘에고 힘들어’ 쉬고 있으려니까 점프를 해보란다. 점프? “No, it’s not for me!” 나는 손사래를 친다. 여조교의 날렵한 점핑을 보고 역시 호세가 용감하게 도전을 한다. 결과는 처박힘.


점핑대가 바로 급경사가 시작되는 부분에 있어 위에서 보면 절벽 아래로 뛰는 것 같은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운동의 천재 호세도 공포심을 이겨낼 수는 없었는가보다. 그런데 오늘 배운 초짜 벤과 라지가 도전을 한단다. ‘이놈들 봐라…’ 오기가 나는데 차마 용기는 안 나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침 시간이 한 시간 밖에 안 남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나도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5년 전인가 테니스를 하다가 무릎 관절판을 찢어 먹는 바람에 정형외과에서 관절판 일부제거수술을 받았던 것이 은근히 마음에 걸린다. 정형외과 의사는 평소에 뛰어도 안 되고 산에 가도 안 되고 무리한 운동은 절대로 안 된다고 만날 때마다 다짐을 하는데, 그때마다 “물론이죠”라고 대답하면서도 히말라야 등산도 하고 겨울스키도 계속 하고 있는데, 아 우리 정형외과 교수가 보았으면 “죽인다”고 했을 것이다. 그래도 등산이나 스키는 내가 힘을 줄 때를 알기 때문에 괜찮은데, 만약 점프하다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완전 X망신은 맡아놓은 당상이다.

동정은 커녕 모든 사람들이 “쯧쯧, 나잇값도 못하고….”라고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해보자. 점프에는 자신감이 최우선이다. 보딩 초짜인 벤과 라지도 용감하게 나서기는 했지만 점프 순간 겁이 나니까 다리를 푸는 바람에 그대로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다. ‘자신있게, 자신있게’ 주문을 외우며 도약대를 지나 점프대 끝에서 있는 힘을 다해 솟구쳤다. 붕 떴는가 싶었고 착지까지는 했는데,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와~!’ 박수소리가 들리는데, 해냈구나 하는 마음에 젊었을 때 스키점프에 도전했을 때가 생각난다. 한 번 더 해보자. 다음에는 착지까지 멋지게. 활강은 하지 않고 보드를 접어 점프대 위에 다시 섰다. ‘이번에는 틀림없어…’ 마음으로 주문을 걸고 2차시기에 도전 했지만 결과는 참패 모래로 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마지막 활강을 하고 나니 호세가 마지막 도전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호세는 다섯 번의 점프를 시도했는데 착지가 거의 될 뻔하다가 마지막에 중심을 잃어 처박혀 오기가 나는 모양이다. 내가 아래서 떠나지 않고 손을 들어주니까 손을 흔들며 마지막 시도에 도전한다. 점프, 착지까지는 좋았는데, 마지막 이어지는 활강에서 또 중심을 잃는다. 아쉽다. 어깨가 축 쳐져서 내려오는 호세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Good Challenge!” 했더니 씩 웃는다. 그래서 운동은 나이를 떠나 같은 목표를 가질 수 있으니까 좋은 것이다. 호세도 나를 보고 멋졌다고 환하게 V자를 만들어준다.

내려가보니 시원한 맥주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치아바타 햄샌드위치가 준비되어 있다. 집사람은 샌드보딩이 무서워서 안 하겠다고 해서 옵서버로 함께 왔는데, 맛있는 공짜 샌드위치 먹는다고 신이 났다. 식사가 끝나고 나니 조교가 일렬로 줄을 세우더니 하나, 둘, 셋 할 때 동시 공중부양을 하란다. 이 나이에 공중부양 점프까지? 젊은이들이랑 같이 놀려니까 별걸 다해본다.

그래도 찍고 보니 가장 멋진 사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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