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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 칼럼] 남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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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 칼럼] 남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 (上)
  • 윤미용 기자
  • 승인 2012.07.30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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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정말 많이 쏟아지는 날이다.
8시 40분, 벌써 이 빗속에 병원에 도착한 오늘의 내 전신마취 환자. ‘병원 올 때마다 비가 오네요’ 엄마가 유쾌하게 말한다.
뇌성마비로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체구에 가쁘게 숨을 쉬는 환자는 그래도 한달 전 만났을 때보다는 훨씬 좋아 보였다.
술전 검사할 때 너무 가래도 많고 chest PA상에서도 약간 폐렴 경향이 있어 다른 병원들에서 치료를 거부당하고 왔던 터라 오늘 상태 보고 진료를 진행하자고 했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그 사이 행여 페렴이 걸릴까 몇 번 내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왔다고 했다.
마취과 교수님도 나도 다른 때보다는 더 긴장해서 진료를 하고, 다행히 신경 치료 몇 개, 잇몸 치료, 충치 치료, 발치 등 필요한 치료를 끝낼 때까지 잘 견뎌 주었다.
오후에는 일반 환자 진료만 있나 했더니 뇌출혈로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되신 아주머니 진료가 예약되어 있다.
모야모야병이란 특이한 병명 때문에 마취를 거부하셨던 터라 열번은 넘게 오신 것 같다.
건장한 아드님이 데려 오시는데, 기분이 좋은 날은 수고하셨어요 하고 가시고, 힘드셨던 날은 인사도 안하신다.
일찍 알았더라면 뇌출혈을 피하실 수 있었을텐데 환자분 덕분에 생소한 질환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왜 그렇게 마취를 무서워 하셨는지 이해하게도 된다.
원래부터 이렇게 장애인 환자분을 많이 보던 것은 아니지만 충남 장애인센터를 맡고 있는 이곳 통합진료과에 근무하면서부터 많은 환자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보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될 수밖에 없다.
마침 얼마 전에는 장애인 환자 치과치료 인력 양성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장애인 분류 범주가 넓고 후천적 장애인의 비율이 높은지 처음 알게 되었다.
단순히 생각하는 지체장애, 뇌성마비나 뇌졸증 등으로 인한 뇌병변 장애, 시각 청각 언어 장애, 정신적 장애 외에도 신장 투석치료 중이면 신장장애, 심장기능 이상인 경우 심장 장애 등 내부기관의 장애 범주가 이렇게 넓으니 ‘우리는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다’ 라는 연자분의 말씀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세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린다는 통계를 보고, 암이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장애인이란 나와 관계없는 그 누군가가 아니라 언젠가 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단국대학교 치과병원 통합진료과 도레미 교수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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