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트럭여행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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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아프리카 트럭여행⑦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7.02.0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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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바로 아프리카야’


남아공 출국신고를 하고 몇 백 미터 지나 나미비아 국경을 들어가니 경비가 꽤 삼엄하고 전날 저녁 큐가 절대로 국경 내에서는 사진을 찍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하는 것이 생각나 모두들 긴장되고 어째 좀 으스스하기 까지 했다.

입국수속을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트럭 내 락커에 있는 큰 짐은 놔두고 작은 가방 등 소지품을 들고 다 트럭에서 내리란다. 내리니까 소지품들을 모두 땅바닥에 일렬로 내려놓으란다. 시키는 대로 하고 나니 한참을 저희들끼리 농담을 하면서 낄낄 거리더니 개 한 마리를 데려오는데, 아하 이 사람들이 마약검사를 하는 것 같다.

개한테 무슨 냄새를 맡게 하더니 소지품 옆으로 끌고 다니면서 냄새를 맡게 하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서너 번을 계속 반복한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마약통을 꺼내 소지품 중 하나에 슬쩍 끼워 넣더니 다시 개를 돌리니까 개가 정확히 그 백 앞에서 짖기 시작을 한다.


사람들 중에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이 박수를 치니까 잘 하는 짓이라고 다시 두세 번을 더 반복
하는 것이 실제 검색 보다는 개 훈련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같으면 당장 인터넷에 고발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을 보니 후진국은 후진국인 모양이다. 더구나 락커 안에 들어가 있는 짐은 검색도 하지 않고 무려 이삼십 분 시간을 허비한 뒤에 겨우 나미비아로 들어갔다.

오늘 여정은 길지는 않지만 먼지가 날리는 비포장인데다 사막기후로 접어들어 더워지기 시작해서, 그러지 않아도 아침부터 국경에서 시달린 사람들 모두가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그래도 사막의 색다른 광경이 그나마 볼거리를 주어 위안을 준다.


가는 중간 중간 구경할 거리가 나오면 큐가 차를 세우고 설명을 해준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가장 귀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물이다. 이 사람들은 물을 얻는 데는 정말 귀신들이다. Ostrich cabbage 라는 배추잎 비슷한 식물이 있는데, 손으로 잎을 쥐어짜니까 잎 하나에 컵으로 하나 정도의 물이 나온다. 이 만한 양이면 이틀을 버틸 수 있단다.

동물의 배설물도 이 사람들 한테는 귀한 물의 소스가 된다. 원주민들은 동물의 배설물로 동물의 종류나 지나간 시간 등을 가늠하는데, 갓 배설된 채식동물의 배설물을 쥐어짜니까 역시 반 컵 정도의 물이 나온다. 물론 배설물에서 얻어진 물은 최악의 경우를 위한 것이지만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채식동물의 변은 깨끗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퀴바(Quiver)나무라고 꼭 작은 바오밥 나뭇가지 끝에 알로에 잎이 붙은 것 같은 희한하게 생긴 나무가 있는데 잎 속에 물을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 역시 사막에서 물을 얻는 귀한 소스라고 한다.

진짜 사막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한참을 가니까 야생동물들이 보인다. 여행 도중 처음으로 자연을 뛰노는 가젤, 안텔롭, 오릭스, 타조 등을 만났다. 캠핑장에 도착해서도 캠핑장 주변을 오릭스가 배회 하는 것이 꼭 우리나라에서 개가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것 같다.

세 시쯤 Hobas Campsite 캠팡장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고 샤워를 하고 맥주를 마시니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

해 질 녘에는 Fish River canyon에 가서 rim walk (캐년 절벽 가장자리 걷기)을 하고 sun set을 본단다. 그런데 막상 가서 보니 캐년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우리도 그랜드캐년을 가 봤지만 결코 그랜드캐년에 뒤지지 않을 장관 이었다.

큐 말로는 이곳 캐년의 크기가 총 길이는 160km, 깊이는 500m가 넘어 그랜드캐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큰 규모란다. 캐년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은 아래쪽에 차를 세우고 우리보고 내리라고 하더니 언덕 위에 보이는 전망대로 걸어오란다. 원래는 캐년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는데, 길이 위험해서 몇 년 전부터 전문가이드 없이는 내려갈 수가 없단다.

내려가라고 해도 물론 안 내려 갔겠지만…. 절벽을 따라 2km쯤을 걸어서 전망대에 도착하니 해가 거의 질 무렵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차들이 몰려 오는데, 광활한 아프리카 자연 속에 끝도 보이지 않는 캐년 너머로 지는 일몰의 광경은 과연 장관이었다.

모두 정신 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아! 이게 바로 아프리카야’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데, 나중에 지나고 나서 보니까 아프리카는 어디든지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다. 그래서 전에 아프리카 다른 곳을 여행한 경험이 있는 일행 중 하나가 나중에 사진을 보면 아프리카는 일출과 일몰 밖에는 없다는 농담이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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