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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면허신고제와 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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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면허신고제와 회비
  • 윤미용 기자
  • 승인 2012.06.28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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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치과마다 초등학생 구강검진이 한창이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에 대기실이 북적이고, 친구들끼리 다투고 씩씩거리거나 검진용지 한 장을 잃어버리고 울먹이는 아이나, 빨리 봐주지 않는다고 도끼눈을 뜨고 데스크를 째려보는 학부모의 싸늘한 눈길이 해마다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개원 초기에는 출장검진을 다녀 드르륵~하고 미닫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똘망똘망한 아이들 눈을 보며 인사하는 것과 이내 겁에 질린 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장난기 어린 마음에 “떠드는 사람은 이를 몽땅 빼 버릴 거야!”라고 엄포를 주는 일도, 오랜만에 교장선생님 찾아 뵙고 인사드리며 커피 한잔 얻어 마시고 선생님들과 아이들 틈에서 급식 먹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는데, 내원 검진으로 바뀌면서 검진의 질은 좋아졌지만 큰 즐거움보다는 옆자리 예약환자가 걱정이 앞서는 상황으로 바뀌어 내심 서운한 마음도 있다. 그 즈음에 주변의 치과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검진용지에 내 치과 이름과 서명을 써서 본인이 대신해주면 안되냐는 부탁이었다. 아마도 검진지정치과가 아닌 듯 했다.
그건 곤란하고 지금이라도 분회사무실에 검진지정을 받으시는 것이 어떠시냐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고 나니 학생구강검진은 국가구강검진과 달리 교육청과 지부가 계약을 하고 분회에서는 회원 치과를 검진지정치과로 선정하여 공문을 발송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른바 무적회원이었다.
학회 일로 주말에 대학병원 세미나실을 찾았다. 일찌감치 도착하여 동료 임원들과 다과와 음료를 준비하고 진행사항을 체크하는데, 마침 타 학회가 대강당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터라 복도는 온통 부스와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등록하는 사람들이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한마디로 대박 난 학술대회였다. 내심 부러움에 커피를 마시며 쓰린 속을 달래는데, 내 옆의 동료에게 인사하는 젊은 후배가 있어 물어보니 보수교육 점수 때문에 학술대회가 대박 난 거란다. 준비하는 주최 측도 부랴부랴 대강당 좌석이 모자라 옆 세미나실에 화상 강의실을 만들 정도로 사람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단다. 그리고 그 다음 주 다른 학회의 학술대회도 대박이었단다. 이른바 무적회원들의 러시였단다. 우리 학회도 가을에 정말 대박나길 기대한다.
혹자는 웃고 넘길 수 있는 풍경이지만, 이러한 살벌한 상황이 바로 현실 풍경이다. 면허신고제는 작년부터 소급 적용되고, 대학교수님들까지 대상이 확대되며, 또한 지부점수 4점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니 서울시치과의사회 학술대회에서는 24명의 무적회원이 무려 60만원의 등록비를 내고 보수교육 점수를 취득했다고 한다. 작년에 8점을 이수하지 않은 이는 올해 16점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대한민국 치과의사로 살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보수교육을 이수하러 다녀야 한다. 솔직히 개원을 하고도 분회와 지부 그리고 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견딘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회원으로서 받는 여러 혜택에 비하면 빨리 가입하는 것이 차라리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직 둥지를 틀지 못한 병아리 치과의사들에게는 지부 입회에 유예의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또한 예전과 개원환경과 문화가 많이 달라져 몇 년 사이에 여러 번 시도 경계를 넘어 자리를 옮겨 개원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들에게도 합리적인 대안이 주어져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가입비에 개원 연수를 비례하여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전하게 되는 경우는 전별금을 지급하는 일 같은 것이다.
또한 분회와 지부와 협회는 연회비를 경감하여 회원들의 부담을 낮춰주는 일에 방안을 모색해 봐야 한다. 수입은 점점 줄어드는데, 회비는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면 과연 누가 끝까지 회비를 낼 수 있을까? 물론 산적한 현안도 많고 진행해야 하는 일도 많지만 허리띠 졸라매고 오직 회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일이 이익단체 오피니언 리더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아니던가?
요사이 면허신고제와 회비문제를 언급한다는 것이 얼마나 민감한 문제이고 ‘뜨거운 감자’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칫 치과의사 세대 간 갈등으로 서로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현명한 대화와 허심탄회한 소통으로 합일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고등어 한손은 큰 고등어의 배를 갈라 작은 고등어 한 마리를 같이 넣어 파는 것이다. 서로 비슷한 크기의 고등어는 절대 한손이 될 수 없다. 형님 고등어가 넓은 아량으로 동생 고등어를 품에 안아야만 저녁식탁에 맛있는 모습으로 올려지길 기대하며 팔려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한손의 고등어가 되어야 한다.

 

대한치주과학회 김남윤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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