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8 (금)
[도레미 칼럼] 정보의 벽
상태바
[도레미 칼럼] 정보의 벽
  • 윤미용 기자
  • 승인 2012.06.22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들, 포괄수가제 적용 땐 싸구려 쓰겠다”
자정이 넘은 밤 들어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본 제목이다. ‘참, 제목 한번 선정적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포괄수가제 적용 땐 중저가 쓸 수밖에 없다와 싸구려 쓰겠다가 어떻게 같은 의미인지.
내용인즉, 2002년부터 ?원하는? 병원에 한해 부분적으로 도입됐던 백내장수술, 탈장수술, 치질수술, 자궁 적출술, 제왕절개술 등의 7개 질병에 대한 포괄수가제를 ‘의무’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관한 의사협회의 반발에 관한 기사다.
기사는 7월 첫째주 수술거부를 밝힌 안과에 관련된 소식과 인터뷰가 주요 내용이었다. 평소 정부의 정책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무지한 쪽에 가까웠던 필자지만 바로 코앞에 닥친 7월 총의치 보험화를 앞두고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동안 수납업무에서 자유롭던 병원에 근무하다가 지금은 매일매일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타박을 받으며 삭감 당하는 내역을 꼬박꼬박 직접 받고 있는 상황인지라, 보험하면 자다가도 눈이 번쩍 뜨이는 상태다. 10년 동안 선택적으로 포괄수가제를 적용해 오면서 71.5%에 해당하는 병의원이 시행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정부의 입장 발표와 결국 의료 질 저하가 올 것이라는 의사협회의 입장 발표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가운데 기사를 보기 시작할 때 400개 정도이던 댓글은 관련기사를 챙겨 보는 40여 분만에 800개를 향해가고 있었다. 십여 페이지가 넘어가는 댓글들을 읽으면서 ?의사는 도둑놈이다?라는 글에는 씁쓸함을, 의료보험 민영화를 의심하는 글에는 안도를, 의사로서 자존심에 상처 입은 글에는 동병상련을 느꼈다. 평소 하지도 않던 로그인을 해서 추천을 누르면서 의료계 문제와는 다른, 정보가 넘치는 현대 사회에 대한 회의가 든다.
누구나에게 열려 있는 다양한 정보들, 마음만 먹으면 논문검색도, 전문가 조언도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세상인데 너무 많은 정보들에 혼란스럽다기보다는 그 정보의 벽을 더 많이 느낀다.
몇 해 전, 벼르고 벼르던 라섹 수술을 받을 때가 생각난다.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하고 이 수술법 저 수술법을 알아보아도,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아는 것 그 이상은 절대 될 수가 없었다. 안과의사 선생님들의 조언조차 나에게 와서는 깜깜한 밤에 갈림길에 서서 앞길을 정하려는 소경에게 주어진 촛불하나 같은 존재 밖에 안 됐다. 결국 신뢰할 만한- 이 또한 제대로 된 판단이었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선생님께 모든 것을 맡겨버렸다. 그때 부딪혔던 정보의 바다의 벽을, 포괄수가제로 과열되는 의료계 사태를 보면서, 또 나의 개인적인 생각과 일치되기도, 일치되지 않기도 하는 총의치 보험화 과정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다. 대중은 무지하기도, 무지하지 않기도 하다. 나는 무지하지 않기 위해, 잘못된 생각을 갖지 않기 위해 이 가려진 정보의 바다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단국대학교 치과병원 통합진료과 도레미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