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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이재천·이선행 父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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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이재천·이선행 父子
  • 김병민 기자
  • 승인 2016.05.12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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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넥타이’ 멘토 ‘나비 되려는’ 멘티

치과계 곳곳에 치과의사의 대를 잇는 가족이 적지 않다. 본지는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소통’을 키워드로, 부모-자녀세대 간의 소통, 노련함과 발랄함이 공존하는 치과의사 가족 이야기로 세대 간의 고민을 나누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가교역할을 하고자 패밀리 코너를 마련했다. 이번 호에는 24년째 소아치과에 몸담고 있는 이재천(CDC어린이치과병원) 원장과 존경하는 아버지를 따라 치과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이선행(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부자를 만났다<편집자 주>. 

 

 

 

 


이재천 원장은 1992년 어린이치과를 개원해 2001년 지금의 청담동 병원에 자리잡은 이후 소아치과 한 길을 꾸준히 걸어온 명실상부한 소아치과계의 거장이다. 하지만 이 원장은 원래 치과의사는 생각하지 못했던 길이라고 말했다.

이재천 고등학교 선배들이 학교를 방문해 대학을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치과에 대해 듣게 됐는데 그 일이 계기가 돼 치과대학에 가게 됐죠. 소아치과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동아리에서 보육원 봉사활동을 다니고, 아이들과 친숙해지면서부터였죠.

 

 

이 원장은 수련 과정 중 결혼을 해서 수련 과정이 끝날 때 쯤 첫째 아들을 보게 됐다. 바로 그 첫째가 치과의사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이선행 저와 동생들, 삼형제가 모두 학교를 외국에서 다녔습니다. 저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진로에 대해 폭넓게 고민하다가 아버지를 통해 치과의사라는 직업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지금은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에 재학 중이고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침 5월 5일 어린이날 인터뷰가 이뤄져 부자 간에 기억에 남을만한 에피소드가 있는지 묻자 두 부자가 멋쩍게 웃어 보였다.

이선행 아들들만 있는 집안이라 어린이날이나 다른 특별한 날에 단란한 행사를 가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저 형제끼리 안 다투면 다행이었죠. 매우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짬을 내어 챙겨주시기도 했는데 조금 커서는 저희 모두 유학을 갔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재천 가족들끼리 지낸 것보다 병원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한 것이 더 기억에 남네요. 예전에는 병원 내 밴드부를 만들어 공연을 하고 풍선도 불어주고 했었죠.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는 아들은 요즘 많은 고민들 속에 답을 찾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이 원장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이선행 어떤 분야로 갈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생각이 많아요. 졸업 후에는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군대도 가야 하니까 수련을 마친 후 군대에 갈지, 군대에 가서 좀 더 생각할 시간을 가질지 고민 중입니다. 치과계 전망에 대해서 학생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도 많이 하고 있고요. 개인적인 고민과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생각을 많이 한 후 답을 찾아야겠죠.

이재천 후배라고 한다면 이러저러한 충고를 해줄 텐데 아들이기에 오히려 어렵네요. 부모가 이러저러하게 가늠을 해주는 것이 간섭이나 강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은연중에 본인이 더 많이 힘들어할 것이란 생각에 안쓰럽기도 해요.

 

 

두 부자의 이야기에 이어 이 원장이 늘 하고 다닌다는 ‘나비넥타이’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재천 학생 때 항상 단정하고 예의바른 차림을 갖춰야한다고 배웠어요. 그래서 넥타이를 꼭 맸는데 치료를 하다 보니 긴 넥타이는 이물질이 자주 묻는 거에요.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나비넥타이를 하면 어떨까 해서 매기 시작했고 그 이후 외부에도 자주 매고 다니니까 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어요. 치료받는 소아환자들이 제 그림을 그렸다고 하면 나비넥타이는 빠짐없이 있어요.

이선행 예전에 아버지에게 넥타이를 빌리려고 한 일이 있었는데 전부 나비넥타이만 있어서 곤란했던 기억도 나고, 아버지하면 ‘나비넥타이’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는 것 같아요. 제 친구들도 다 알아요. 그런 점을 보면 아버지가 자신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선구자적 역할을 하신 것 같아요.

아버지의 좋은 점을 닮고자 하는 아들, 아들의 내면까지 깊이 지켜봐온 아버지 서로에게서 깊은 사랑이 느껴졌다. 서로에 대한 평가도 훈훈했다.

이재천 아들이 치과의사가 된다면 저보다 더욱 환자에 대한 공감대를 잘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요. 예술가적 기질도 있어서 그 부분을 잘 살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선행 아버지는 정말로 일을 사랑하는 분이시죠. 그동안 학교를 다니며 많은 치과의사를 만나고 존경할 만한 분들도 많이 뵀지만 아버지는 자타공인 훌륭한 치과의사시고 항상 부럽고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제가 아버지의 좋은 점을 전부 배울 수 있을지 모를 만큼 배울 것이 정말 많은 분입니다.

 

아버지는 늘 노력하는 치과의사의 길을 가고 있으며 아들은 아버지를 본받아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재천 저는 ‘본 투 비(Born to be)’ 소아치과의사인 것 같습니다. 다만 시간이 더 지나면 그냥 소아치과의사가 아닌, 특정한 치료를 잘 하는 소아치과의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분야마다 전문적인 치료를 하는 의사들이 늘어나는데 소아치과의사 또한 우식치료, 성장치료, 연령대별 특정치료 등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 만큼 꼭 나에게 치료 받아야 하는 환자를 치료해줄 수 있는 의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선행 치과의사가 된다면 아마도 평생 직업이 될텐데 저 또한 아버지처럼 한 분야에서 일을 사랑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아버지나 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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