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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근 전공의의 하루] 싸고 좋은 재료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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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근 전공의의 하루] 싸고 좋은 재료로 해주세요
  • 윤미용 기자
  • 승인 2012.05.17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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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으로 치과 진료를 받은 것은 놀랍게도 대학교 입학한 1998년 이었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는 구강 관리에 대한 개념조차도 없었고, 이를 닦는 것을 매우 싫어했었다.
20여 년 동안 치과에 간 적이 없는 나는 성인이 되었을 때 놀랍게도 32개 영구치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 어떤 치아도 근관치료를 받거나 크라운을 씌우지도 않았다. 어린 시절 치아 관리 습관을 볼 때 정말 미스터리 한 일이다. 
대학 시절 교내에는 보건소가 있었는데 그 보건소에는 연세가 있으신 선생님께서 진료를 하셨다. 구강 검진에서 충치가 있다는 말에 보건소에 가서 충치치료를 받기로 하였다. 내가 기다리는 동안 다른 환자가 요즘에는 치아 색 나는 재료가 있다는데 그것으로 때워주면 안되냐고 물으셨고, 선생님은 “아말감이 훨씬 좋고 오래 쓸 수 있는데 왜 비싼 돈 내고 레진으로 하려고 하냐”고 역정을 내시며 아말감으로 충전해 주셨다. 내 차례가 되자 선생님은 당연히 묻지도 않으시고 나의 모든 영구치 교합면 우식을 아말감이라는 재료로 충전해 주셨다.
다음에는 앞니 충치치료를 하자며 약속을 잡았는데, 내 모습을 상상하며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행히도 앞니는 레진으로 충전을 해주셨다. 물론 shade는 맞지 않았지만 선생님께서는 “남자니까 괜찮아” 하시며 나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치료를 끝내 주셨다.
그 후로 15년 가까이 지난 현재 모든 구치부 아말감은 이차 우식이나 변연부 파절 없이 아주 훌륭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치과보존학 전공의로 지내고 있는 지금 많은 환자분들에게 상악 교합면의 경우 적응증이 된다면 아말감을 권해 드리고 있다. 많은 환자들은 치과에 와서 싸고 좋은 것으로 해달라고 말한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게 어디 있냐고 반문하고 싶지만 적어도 치과 보존과에서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근관치료와 아말감 충전이다.
언젠가 내원하신 할머니를 한 시간 넘게 힘든 근관치료 후 “오늘 치료는 3000원 정도 나올 거에요” 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선생님 이렇게 조금 받아서 어떻게 먹고 살아요” 하시며 안타까워하시던 기억이 난다. 씁쓸하다. 치아의 통증을 없애주고 자연치아를 더 오래 보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치료가 낮게 평가되고 있는 현실이. 그러나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현재 공부하고 있는 치과보존학 분야가 정말 재미있고 좋다.

 

경희대학교 치과병원 보존과 조성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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