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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박 과장을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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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박 과장을 찾아주세요!”
  • 정동훈기자
  • 승인 2015.03.12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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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 연상시키는 영업방식 치과 증가 “기가 막혀”…사무장병원 가능성 높아

“오실 때 반드시 담당자 ○○○과장을 찾아주세요. 할인 혜택을 드립니다!”,

유흥업소 호객행위 직원, 소위 나이트클럽 ‘삐끼(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처럼 주변을 돌며 행인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있는 한 남자. 명함에 쓰인 직함은 ○치과 경영지원팀 ○○○과장이다.

서울의 또 다른 치과는 “전화만 주시면 차량으로 모시고 가고, 치료 후 모셔다 드립니다”라는 문구의 전단지를 노인단체에 돌렸다. 해당 전단지에는 교통편 제공 내용과 진료 할인 비용, 담당자 ○○○과장의 연락처가 게재돼 있다.

최근 일부 치과들이 이처럼 유흥업소인지 착각할 정도의 영업방식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있어 개원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같은 영업 행태를 취하는 치과들은 몇 가지 비슷한 패턴의 홍보 운영 방식을 구사한다. 모든 비보험 진료비 할인 적용은 기본이고, 임플란트와 교정에 대한 할인비용을 최대한 크게 적시한다. 특히 전단지나 명함에 경영지원팀이나 상담원, 과장 직함과 연락처를 적어놓고 해당 직원의 소개로 왔다고 하면 할인 비용을 높여주는 식이다.

해당 치과들이 직원들에게 적용하는 인센티브 제도도 나이트 웨이터들의 수입 구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전단지나 명함을 통해 내원한 환자의 진료비 중 일부가 해당 직원의 수입으로 들어간다. 환자를 많이 받고 비싼 치료를 많이 권유할수록 이들의 수입은 늘어난다.  

인근 회사나 단체와 협약을 맺고 진료비를 과도하게 할인해 주는 방식의 마케팅 방법은 기초 중의 기초다. 최근에는 대학을 비롯해 공공기관과 진료비 협약을 맺고 임플란트 비용을 40% 이상 할인해 주는 등 과도한 마케팅까지 벌이고 있다.

환자가 귀해지다 보니 이와 같은 영업 방식을 취하는 치과끼리 환자를 뺏고 뺏기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진다. 협약 맺은 업체의 직원들이 이직하거나 담당자가 새로 들어올 경우 또 다른 치과가 더 낮은 수가를 제시해 환자를 뺏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해당 치과 직원들은 주변의 회사와 휘트니스 클럽 등 타 단체와의 협약을 맺었더라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자신의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들 치과는 외근만 전문적으로 하는 직원들이 별도로 구성돼 주변지역 단체 및 업체와 지속적으로 만난다. 협약 업체들의 경조사를 챙기거나 커피나 술을 대접하는 방식으로 인맥을 관리한다.

문제는 이런 영업 방식의 치과들이 여전히 법망을 교묘히 피해간다는 것. 만약 치과와 협약기업 사이에 대행업체를 끼어 환자를 모집하고 특정 병·의원과 협약을 맺어 환자를 보냈다면 의료법 위반이지만 직접 치과에 소속된 직원이 나선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주변 개원가에서는 이와 같은 영업 행태를 보이는 치과들 대부분을 불법성 네트워크치과 출신이 개설한 ‘아류치과’로 보거나 기업형 사무장 치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심증만 있을 뿐 물증 확보가 어렵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듯 치과 의료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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