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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교수의 칼럼] 정직과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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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교수의 칼럼] 정직과 FUN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5.02.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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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연세대학교치과대학 치과보존과학교실) 교수

 

 

정직과 Fun하면 어딘가 상반되는 느낌을 주는 단어들인데 몇 년전 어느 모임에서 세계경영연구원 회장이신 전성철 국제변호사가 이 주제에 관해 강연하는 것을 들은적이 있다.
 
전 회장은 국내 유수의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기업경영에 대한 자문을 해주기도 하고 정기적인 교육을 하고있는 모범적인 경영자문가로 명성이 나있는 분이다.

세계를 경영하는 분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한 마음으로 경청을 하는데, 첫마디가 기업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이라고 하는 것이다.

십여년 전부터인가 사회 전반에 경영이라는 화두가 떠오르면서 내가 몸담고 있는 연세의료원 같은 기관에서도 경영컨설턴트들이 오가고 각 기관별 개인별 Mbo(수익목표치)가 설정되고 마치 병원과 대학이 거대한 경영현장으로 변하고 있는데, 세계를 경영한다는 분은 한가하게 정직을 논하고 있다니.

그 분은 국내외 유수기업을 모델로 샅샅이 파헤치고 기업의 수십년 동안의 흥망을 연구한 분이다. 그러니 정직하지 못한 기업이 일시적으로는 영화를 누리지만 결국 사소한 부정직 하나로 기업 자체가 문을 닫는 일을 얼마나 많이 보아 왔겠는가.

두번째로 강조한 것이 ‘Fun’ 이었다. Fun을 직역하면 재미가 되겠지만 사실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의 ‘흥’이라고 해야겠다.

얼마 전부터인가 교육계에 새로운 화두로 던져지는 가르침(Teaching)과 배움(Learn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Teaching은 가르치는 자가 주가 되고 Learning은 배우려는 자가 주가 된다는 의미에서 주체가 확연히 다르다.

누가 가르쳐서 배우는 것이 아니고 가르치는 자는 방향만 제시해주고 배우는 자가 스스로 자료를 찾아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소위 Problem-Based Learning이라는 교육방법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사람은 자기가 보람 있는 일을 하는 데에는 아무리 해도 지루하지 않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가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은 밥을 안먹고도 하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자기가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인정을 받고, 또 일 자체가 재미있어 회사일을 흥이나서 한다면 그 회사는 안될 수가 없을 것이다.

엊그제 전문지 기사에 실린 먹튀치과에 대한 내용을 보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나쁜 물건 팔아먹고 떠버리는 부도덕한 회사나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우리의 일터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니.

비록 극소수의 경우이겠지만 그러한 부도덕한 치과의사를 통해 국민들이 받을 피해와 치과의사 전체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 진다. 그 전에 그러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직원들의 심정은 또 어떻겠는가.

몇 년 전인가 친구들과 함께 단체로 해외여행을 나간 적이 있다. 단체여행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쩜, 쩜, 쩜, 찍고 주는 밥 먹고 쇼핑센터가서 눈치껏 물건 사주고 그러는데, 한 번은 길이 막히는 바람에 예정된 음식점에 가지를 못하고 중간에서 패스트푸드로 점심을 때웠다. 다행히 우리 일행들은 까다로운 사람이 없어서 여행 다니다보면 그럴수도 있지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

그런데 며칠 후 여행사에서 연락이 와서 그날 점심을 패스트푸드로 대접한 것에 대해 사과와 함께 점심값을 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돈으로 얼마 되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큰 감동이었다. 나에게 단체여행이란 늘 싸구려음식 때문에 강제쇼핑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아예 안 하는 걸로 마음을 정하고 있었는데, 이런 천사 같은 여행사가 있다니. 괜히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 여행사는 자체 규정에 따라 그렇게 했을지 모르지만 그러한 배려가 이용자를 그 여행사에 평생 고객으로 남게하고, 여행업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였다는 것까지는 몰랐을 것이다.

신뢰는 서비스업의 기본 무기다. 신뢰를 잃는다면 무기를 잃는 것과 같은 것이다. 도시 근교를 나가다 보면 어제는 없었던 대형음식점이 화려한 간판을 앞세우고 보란 듯이 서있는 것을 본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처음 몇 년간 성심이 들어가 있던 음식이 갑자기 나빠지면 거의 틀림없이 곧 문을 닫는 것을 본다. 그렇게 벼락치기로 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는 몰라도 또 아무리 많은 돈을 번다 해도 그 사람은, 대를 이어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일본 사람들의 즐거움과 자부심을 절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어렵다고는 해도, 먹고 살 만큼은 버는데, 그렇게 아등바등 살 이유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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