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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저조 학생 국시 포기 강요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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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저조 학생 국시 포기 강요 ‘파문’
  • 정동훈기자
  • 승인 2014.11.20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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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률 높이려 학생 시험 응시 막아 … 대학 줄세우기 교육정책 피해

모 대학이 16일 치러진 치과위생사 면허시험을 코 앞에 두고 학업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의 국가고시 응시자격 포기를 강요한 문제가 터져 나왔다.

모 대학이 국가고시 합격률을 올리기 위해 일부 학생들에게 국가고시 응시를 포기하도록 강요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 13일 한 방송에 따르면 강원도 모 대학 교수진이 학과성적이 나쁜 학생들에게 치과위생사 국가시험을 포기하지 않으면 낙제점을 줘서 졸업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해당 학과가 치과위생사 국가고시 합격률의 목표를 98%로 잡고, 합격이 확실시 되는 학생들에 한해서만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는 것이다.

해당 대학 측은 최근 진로 변경에 따라 국가고시를 포기한다는 각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으며, 이에 학생 19명이 서명했다. 대학은 국가고시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기말고사 때 F 학점을 준다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F학점을 맞을 경우 졸업이 안 되고, 시험에 합격한다고 해도 국가고시 부정 응시자가 돼 자격을 박탈 당한다.

한 학생은 “학과장과 지도 교수님들이 다 하시는 말씀이 내가 너희에게 F를 안주겠다. 그 대신 이번에 국가고시를 보지 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대학의 국가고시 응시 박탈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해당 대학은 학내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대학병원 실습을 못 나가게 하거나 F학점을 줘 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박탈시켜버리는 일이 이미 있어왔다.

이 대학을 졸업한 한 치과위생사는 “학교 다닐 당시만 해도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대학병원 실습을 못하게 막거나 F 학점을 줘 국가고시를 보지 못하게 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이 국가고시 합격률 올리기에만 열중한 나머지 학생들의 시험 기회마저 박탈했다는 것은 비단 한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1등에 집착하는 현 대한민국 교육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모 대학 교수는 “교육부가 학생 충원율이나 합격률, 취업률처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성과 위주의 평가지표를 강조하면서 대학들은 어떻게 하면 평가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을지에 골몰한다”며 “반복되는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자유와 자율에 근거한 진리탐구’는 대학의 근본이념이다. 그러나 현행 국가고시 합격률과 취업률 등으로 대학 순위를 결정짓고 있는 현 상황은 많은 수의 대학들이 존립할 근거를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대학 나름의 이념과 교육철학에 의해 설립된 대학들은 그에 맞는 개성적인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현 교육정책에 떠밀려 교육의 본질적인 지향점을 외면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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