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서울시티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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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서울시티투어
  • 조선경 원장
  • 승인 2014.11.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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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았던 뜨거운 날씨가 바뀌어 이제는 코끝을 맴도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는 걸로 보면 겨울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으로 대한민국을 힘들게 했던 2014년도 마지막을 향해 큰 걸음을 옮기고 있다.

얼마 전에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는 궁금증 때문에 서울여자치과의사회의 시티투어를 주관하게 됐다.

아침 9시 옛날 경기고등학교였던 정독도서관 뒤쪽에 자리 잡은 북촌한옥마을에서 투어를 시작했다. 북촌한옥마을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의 사이에 위치한 서울의 전통 한옥거주지역이며 예로부터 청계천 종로의 윗동네라는 이름에서 북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현재는 가회동, 삼청동, 원서동, 재동, 계동 일대에 위치하고 있고 한옥의 아름다움과 골목 구석구석을 즐길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초입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지만 언덕을 올라 걸어가니 청와대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와 작은 한옥들이 즐비한 골목이 나타났다. 한옥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골목을 지나 일제강점기에 지었다는 담장 높은 이준구 가옥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부터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까지 살았다는 한옥집도 볼 수 있었다.

북촌한옥마을을 지키기 위해 주차할 공간도 없이 불편한 한옥집에서 수시로 드나드는 관광객들이 내는 소음으로 힘들게 생활하는 주민들을 생각하니 한국의 아름다움을 위해 많은 것을 감수하고 있는 이곳 주민들이 마냥 고맙게 느껴졌다.

우리 일행은 조선말기 고종보다 더 큰 위세를 누렸던 흥선대원군이 기거했다는 운현궁으로 이동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운니동에 위치한 운현궁은 조선조 제26대 임금인 고종의 잠저이자 흥선대원군의 사저이기도 했으며 대원군의 정치활동의 근거지로서 유서 깊은 곳이다. 궁궐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럭셔리한 비주얼은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게 했다.

12시경에 인사동에 있는 한식집에서 점심을 먹고 남산으로 이동해 N타워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타려고 길게 늘어선 줄을 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중국사람으로 보이는 많은 관광객이 쉴 새 없이 떠드는 소리에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착각을 일으킬 뻔 했다.

팔각정은 어릴적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지만 주변에 수많은 자물쇠가 난간에 빼곡히 달린 모습도 나름 장관이었다. 날씨가 약간 흐려서 전망대 관광은 다음으로 미루고 남산골에 위치한 한옥마을로 향했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남산골 전통정원 내에는 그동안 훼손됐던 지형을 원형대로 복원하고 한옥 5채를 이전, 복원해 주변에는 고풍의 정자를 지어 선조들이 유유자적했던 남산 기슭의 옛 정취를 한껏 느끼도록 했다.

1994년 11월 29일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는 타임캡슐을 매설하고 2394년 11월 29일에 후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는 마지막 행선지인 동대문에 위치한 동대문디자인 프라자로 이동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인 DDP(동대문디자인 프라자)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고 우리나라 풍경처럼 서로 다투지 않고 물이 흘러가듯 이어지도록 이곳과 저곳이 따로 나눠지지 않았다. 지붕이 벽이 되고 벽이 지붕이 되도록 열린 공간들이 주고받으며 이어져서 동선을 따라 오고가며 상생하는 ‘환유의 풍경’을 담은 곳이라고 했다.

직선길에 익숙한 나는 곡선으로 이어진 이곳이 좀 어색했지만 재미있고 색다른 맛이 있었다.

아침부터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어서 일행 중에 낙오돼 먼저 집으로 돌아간 가족이 나올 만큼 쉽지 않는 하루였다. 가이드가 일정을 받고 우리 일행이 한국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약간 당황해하며 나를 뒤돌아보게 됐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은 언제든 갈수 있다는 생각과 교통체증 등의 이유를 대며 어렵게 시간이 나면 외국으로 여행가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여겼지 서울의 아름다운 곳을 찾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종로구의 일부만을 관광한 일정이 끝나갈 즈음 피곤함으로 눈이 풀린 가이드도 무사히 일정을 끝낸 참여자들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할 정도로 버거운 하루였다. 고된 발품을 팔면서 서울의 볼거리가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을 깨닫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내년에는 서울의 또 다른 숨겨진 명소를 찾아 떠나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과 진한 감동으로 뿌듯한 귀갓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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