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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우먼] 서울여자치과의사회 조선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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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우먼] 서울여자치과의사회 조선경 회장
  • 최유미 기자
  • 승인 2014.09.18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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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로서의 삶 모든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어릴 때부터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원래는 의대를 진학하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같은 분야에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권유하셔서 치과의사가 됐죠”

조선경(서울여자치과의사회) 회장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성향이 많이 닮아 자연스럽게 치과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비록 동업은 하지 못하고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조 회장은 “의대 진학을 꿈꿨기 때문에 그쪽과 접목되는 분야가 구강외과였다”면서 “수술복을 입고 수술하는 것이 좋아서 구강외과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만 해도 여성이 구강외과를 선택하는 일은 정말 드물었다”며 “경희치대에서는 첫 번째 여성 구강외과 전공의였다”고 소개했다.

“제가 구강외과에 들어간 후 학교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당직실도 새로 마련해야 했고,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했죠”

당시 어떤 선생님은 더 많은 배려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 여겨 남자선생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맞추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조 회장은 “3년 간의 전공의 생활이 끝났을 때 교수님들이 여자가 구강외과를 선택해 지내는 동안 배려하지 않고 변화를 주지 않아 후회된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잘 해놨으면 바로 아래 학번들도 구강외과를 전공할 수 있었을텐데라고 아쉬워하셨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여성에게는 열악하고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뒤 한참 동안 여성 지원자가 없었다고. 그래도 이런 시기를 지나 요즘은 구강외과 여자 전공의도 많아지고 배려나 복리후생도 상당히 발달해 남다른 기쁨을 느낀다.

“구강외과 교수도 있고, 펠로우나 패컬티, 임상강사도 여성이 많이 배출돼 뿌듯합니다. 요즘 수술은 임플란트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손도 작고 섬세해 잘 맞는 것 같다는 평을 듣더라고요. 점점 여자 치과의사들이 늘어나는 세태가 보기 좋습니다”

구강외과는 속전속결이 핵심이다. 발치를 하거나 마지막에 수술을 하거나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는 마지막 후발주자인 구강외과는 자신의 성격과도 잘 맞았다. 특히 구강외과는 치과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지만 메디컬 지식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 좋아할 수 있었다고.

“구강외과를 전공하면서 배웠던 내용들은 지금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남들이 접근하기 힘든 전신질환들, 예를 들면 당뇨나, 고혈압, 갑상선 환자들이 리퍼가 오면 별도의 공부가 필요하지 않나. 이럴 때 그 때의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종합병원에서 여자의사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존재하던 그때, 여자 치과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선입견도 장벽이었다.

조 회장은 “93년에 개원하면서 느낀 점은 개원은 남자선생님한테 유리하구나라는 것이었다”며 “남선생의 경우 말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힘들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실력으로 증명해 보인 후에는 환자들하고 많이 친하게 지내면서 선입견을 벗기려고 노력했다”면서 “남선생들이 하지 못하는 부분들, 자상하거나 섬세하고 배려하는 여성이 더욱 감정인 면을 부각시키니까 좀 나아졌다”고 말했다.

몇 년 전 굉장히 심한 뇌성마비 환자가 술을 마시고 치과로 찾아와 죽겠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치료비는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앞니를 만들어드렸다.

“치료해주고나니 술도 안 드시게 되고, 죽겠다는 말씀을 안 하시더라구요. 병원을 접을 때까지 7~8년 그 환자를 봐드렸는데, 이분 수술을 하면서 구강외과를 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어요. 와일드하다고 하지만 전공하면서 힘들었던 부분도 싹 씻길 만큼 보람 있는 일이었죠”

뇌성마비 환자를 돌보면서 보람도 느꼈지만 스스로에 대한 변화도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진 것이다. 아픈 것도 말하는 것도 우리와 다를 게 없어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깰 수 있었다.

치과의사는 환자를 잠시만 보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적성에 맞지 않으면 스스로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은 “임상에서 크고 작은 의료분쟁, 사고가 따르기 마련인데, 그런 일을 겪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래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잠깐 동안 병원을 접으며 느꼈던 것은 ‘내 자신이 치과의사로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았구나’하는 점이었다고. 예전에는 병원을 빨리 접고 제2의 인생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병원을 잠시 쉬는 동안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성취감도 있고, 환자가 오고 대하는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마 계속 개원을 했으면 60세쯤 정년했을텐데, 은퇴시기를 좀 더 늦춰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어요. 아마 좀 더 오래 환자들을 볼 것 같아요”

어려운 길을 개척하면서 치과의사로서 보람된 삶을 살고 있는 조 회장은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버지가 예전에 ‘평생 보는 환자 수는 똑같다’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저는 치과는 마라톤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초창기에 너무 많은 환자를 보면 체력이 다해 나중에 힘들게 되거든요. 적당한 환자를 자기 만족도를 높이면서 최선과 정성을 다해 진료했을 때 환자에게 받는 신뢰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성취감을 높여주죠”

조 회장은 “오래 묵은 간장이 맛있듯이 속성으로 하려고 하지 말고 열정을 쏟아 성실히 일했으면 좋겠다”면서 “사회에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인정받고 존경받는 직업이니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라고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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