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치과병원 전공의 성과급 도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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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치과병원 전공의 성과급 도입 논란
  • 정동훈기자
  • 승인 2014.08.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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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처우 개선” Vs. “진료 수입 연계는 옳지 않아” 갑론을박


‘전임의 및 전공의는 토요일 진료 및 수요일 야간 진료 시 진료 수입 총액의 7%를 지급하되 하한액은 2만 원, 상한액은 7만 원.’

서울대학교치과병원(병원장 류인철, 이하 서울대치과병원)이 지난 1일 각 진료과에 내린 지침이다.

서울대치과병원의 이번 지침을 두고 치과계에서는 전공의 처우개선이냐, 국공립병원과 수련병원의 의무에 벗어난 방침이냐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지침에 따르면 서울대치과병원의 전공의가 수요일 야간이나 토요일 근무를 할 경우, 최하 2만 원의 수당을 지급받고, 더불어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 진료비의 7%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서울대치과병원의 수요일 야간 진료시간은 오후 5시 30분부터 8시까지며, 토요일 진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만약 전공의가 진료한 환자가 50만 원을 진료비로 냈다면, 해당 전공의에게 3만 5천 원이 성과급으로 지급된다. 다만 상한선이 있어 하루에 7만 원을 넘지 않는다.

서울대치과병원은 기존에 수당형태로 전임의 등에게 시행해 온 성과급제를 전공의까지 확대한 것이다.

서울대치과병원 측은 “8월 1일자로 지침이 내려 온 것은 맞지만 아직 시행에 들어가진 않았다”며 “각 과의 의견 조율 과정이 남아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대치과병원의 이번 지침은 수련의까지도 병원 경영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함에 따라 과잉진료를 유발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공의의 진료수당을 현실화했다고 하더라도 정액제가 아닌 진료 수입에 따른 성과급제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명분이 되는 것은 사실. 전공의의 처우개선책이 성과급제 도입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서울대치과병원은 이번 지침이 ‘경영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제’는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환자의 대기시간 단축 등 편의를 위해 도입했다는 것이다.

서울대치과병원 관계자는 “이번 지침의 골자는 그동안 형식적으로 운영됐던 수요일 야간 진료와 토요일 진료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라며 “현재 병원의 경영이 환자가 없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물론 임플란트나 교정 등 고가 진료를 받는 환자는 줄어들었지만 전체 환자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다만 평일 진료 시 대기환자가 많아 환자 진료가 미뤄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이번 지침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전임의와 전공의들의 성과급제를 통해 신환을 발굴하자는 취지보다는 구환의 진료 대기 시간을 줄이자는 의미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정액제가 아니라 성과급을 도입한 부분에 대해 병원 측은 “성과급을 인센티브로 보면 안되고 전공의들에 대한 진료 수당을 현실화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그동안 전공의들은 당직비 외의 배려가 없었다. 기존에도 전임의들에게는 진료수당의 7%를 지급했는데 전공의들도 이에 상응해 수당을 받도록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급제 도입이 전공의들을 위해 진료시간 외에 진료를 하는 병원의 최소한의 복지 차원이며, 성과급제 도입에 따른 과중 업무 부담이나 과잉진료 유발, 진료과목 별 진료수입 차등 문제 또한 상한액이 정해져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서울대치과병원의 이번 지침이 수련병원의 교육 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신현기(전국치과병원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치과병원이 야간진료나 토요진료를 하는 것은 경영 개선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으나 경영상의 문제를 들어 무리하게 전공의의 주말 및 야간 확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야간 및 토요 근무 수당이 없거나, 직원 없이 수련의만 진료하는 병원도 있다. 특히 인센티브제는 위화감 조성 및 과잉진료의 위험도 있고, 수련의 교육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시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면 그에 준하는 수당이 있어야하고, 성과급이 아닌 정액제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서울대치과병원이 이런 지침이 내려지기 까지는 진료수익 악화에 따른 경영의 압박도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치과병원노조 측은 “병원 경영 실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병원 경영진에서 이런 지침을 내린 것은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인 것 같다”며 “특히 전공의들에게 적정 수당을 줘 환자 대기 시간을 그만큼 단축시킬 수 있는 만큼 분명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표(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표는 “현재 의과의 대형병원의 경우 인센티브제가 많이 시행되고 있다. 치과병원 또한 경영 수익에 많은 압박을 받고 있어 이번 지침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인 것 같다”며 “원칙적으로 보자면 분명 바람직한 지침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지침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안 마련과 경영악화에 따른 대형치과병원들의 진료수익 개선 방안은 정부의 뚜렷한 정책적인 목적과 대안의 부재라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는 고민거리다. 

그러나 진료수익에 비례한 성과급을 준다고 해서 전공의 수련교육의 내실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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