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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연 원장의 디지털 덴티스트리-4 (Ⅱ)] 디지털로 하는 치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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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연 원장의 디지털 덴티스트리-4 (Ⅱ)] 디지털로 하는 치과 생활
  • 이효연 원장
  • 승인 2021.12.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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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연 원장의 디지털 덴티스트리-4 (Ⅰ)] 디지털로 하는 치과 생활에서 이어집니다.
 

㈜예스올소 대표/문치과 교정원장 이효연

 

5. AI 음성비서 나리
A.I. 치과의원 대기실에는 귀여운 음성 비서 나리가 돌아다닌다. 농담 따먹기도 제법 하고 맞장구도 잘 쳐줘서 어느새 정이 든다. 이 비서가 내게 말한다.  

“김덴탈님, 우리 원장님이 치과의사 대장 되었어요. 한 번 보세요.”

‘왠 대장?’ 나리의 동그란 머리에서 깜박하고 빛이 켜지더니 작은 인증서가 화면에 뜬다. ‘대한인공지능치의학회 회장 에이아이 치과의원 원장 이 아이(E.A.I) ’ 친절함과 마음 속을 살살 달래주는 말솜씨로 나이만 맞으면 사랑에 빠지고 싶은 우리 원장님.

내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주실까? 정말 사람이 아니라 천사야. 흐믓하게 웃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정말 사람이 아닌가? 그럼 A.I….? 치과이름도, 원장님 이름도 새삼 다시 보인다. ‘E.A.I. 가 그럼 Excellent Artificial Intelligence 인가? 인간 행동과 성격과의 연관성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인공지능이 나올 수도 있을 거야. 인공 지능을 탑재한 로봇과의 사랑. 이거 가슴이 뛰어야 되는 일인가?’ 요즘 에이아이 치과에 오면 생각이 많아진다. 늦가을 풍경이 마음을 울리나 보다.

6. 가상 환자(Virtual Patient)
김덴탈은 잇몸 치료를 마친 후 혹시 못생긴 뻐드렁니와 얼굴도 예쁘게 고칠 수 있는지를 나리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나리가 안내한 곳에서 카메라로 얼굴 촬영을 하였다. 자리로 돌아오자 저번에 본 헤드뱅잉 해골(?)에 내 얼굴 모습이 입혀져 있다. 이제 진짜 내가 컴퓨터 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내 옆에 가만히 있던 나리가 나의 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낭랑한 목소리로 얘기해 준다.

“CT데이터에 구강스캔데이터와 안면인식데이터를 정합시키는 것은 치과에서의 가상 환자-아바타-를 만드는 초기 작업입니다. 하악골 운동축- 경추교합기 이론에 의하면 5번 경추 부위-을 지정하고 하악골을 세그멘테이션하면 하악골의 운동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총의치, 임플란트 전악 수복(Full Mouse Rehabillitation), 악교정 수술뿐만 아니라 교정 진단과 치료를 할 때 치료 진행에 따른 치열과 안모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여 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비대칭, 2급, 3급 등 골격 부조화를 동반한 환자의 교정 치료 시 치근을 포함한 치축의 상태와 변화를 알 수 있어서 치아의 보상성 이동을 고려한 치료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김덴탈님의 교정 치료 과정 중의 변화와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내 교정 치료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모습이 될는지 미리 알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나리 뒤의 넒은 화면에는 3차원 영상으로 내가 돌아다니고 영상 속의 나는 교정 치료를 받고 있다.

정말 치열과 얼굴이 변해가고, 교정 치료 후의 나는 내가 봐도 예쁘다. “와~ 나도 교정 치료 할래요” 나리를 따라 다니며 교정 치료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예쁘고 귀여운 나리. 고마워서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니 동그란 눈을 깜박거린다.

7. 메타버스(Metaverse) 
김덴탈은 요즈음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에 들어가는 것이 재미있다. 저녁 때 퇴근하고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아바타 친구들을 만나서 백화점도 가고 놀이 동산도 간다. 그럼 치과도? 아바타 중에 교정 치료를 받은 친구가 있어서 치료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오늘은 세컨드라이프에서 친구가 추천해 준 치과를 찾아가 보아야지. 화면 속의 간판을 꾹 누르니 원장님과 치과 모습이 나타난다. 예쁜 치과 좋은 원장님인 것 같다. 오늘은 저녁 먹고 세컨드라이프 치과를 방문해 봐야겠다. 에이아이 치과의 내 가상환자를 세컨드라이프 치과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아바타인 나와 나의 가상 환자는 같이 세컨드라이프 치과를 방문할 것이다. 그러면 아바타인 나는 내 가상환자의 보호자가 되는 것이다. 정신은 좀 헷갈리지만 세컨드라이프 원장님은 나의 가상 환자를 보고 치료 상담을 해주실 것이다. 

요즈음은 치과의사 선생님들 아니 치과대학 학생들도 컴퓨터 속 아바타를 대상으로 치료 실습과 공부를 한단다. 의료 시뮬레이션, 교육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면 적당할 것 같다. 메타플레이스, 트위니티, 세컨드라이프, 뉴베이스, 간호컨텐츠 뷰라보 등. 김덴탈은 이런 말들을 떠올리며 저녁을 먹는다.

디지털은 큰 물결처럼 세상을 덮어 가고 있다. 치과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치과는 대부분 손으로 하는 작업이 많아서 전면적인 디지털화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코스트 앤 베니핏(cost & benefit)의 관점에서 전면적인 디지털 덴티스트리는 아직 코스트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경제적 논리인 규모의 경제를 시도하려 한다면? 그 때에는 꽤 빠른 속도로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다른 또 하나의 걱정은 ‘만약 AI의사의 목적이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게 된다면?’ 디지털과 인공 지능을 바라보는 마음엔 어쩔 수 없이 걱정이 앞선다. 

디지털과 AI가 인간의 삶에 여러 가지 편의를 주는 도구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 번 잘 생각해보자. 과연 얼마나 더 편해지고 싶은 것인지. 열심히 쓴 글을 마무리 지으며 난 왜 지금 구석기 시대 동굴 속 모닥불 앞에서 고기를 질겅이며 앉아 있는 먼 할아버지들이 보고 싶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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