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연 원장의 디지털 덴티스트리 3 (Ⅰ)] 인간 지능 vs 인공 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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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연 원장의 디지털 덴티스트리 3 (Ⅰ)] 인간 지능 vs 인공 지능
  • 이효연 원장
  • 승인 2021.09.2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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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치과 이효연 원장

디지털의 발전은 다음의 4단계를 거친다. 저장 & 복제, 연산, 학습, 주관적 경험.

이 4단계의 발전 과정은 인간 지능의 발전 단계와 유사하다. 우연일까? 

인간이 스스로의 필요 또는 편의를 위해서 디지털을 개발한 것이기에 이 둘이 유사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 것이다. 그래서 인공 지능을 이해하는 한 방법으로 인간 지능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인간 지능의 성장 과정은 따라 배우는 시기, 사춘기 혼돈의 시기, 가치관 확립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아기는 처음 말을 배울 때 먼저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듣는다. 그 때쯤 무슨 말인지 모를 ‘옹알이’를 시작한다. 반복적 과정을 통해서 말과 단어를 저장하고 연습하는 중이다. ‘엄마’로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단어를 늘려 간다. 저장과 복제를 하는 것이다.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자신이 배운 단어에 확신을 가지면 점점 문장을 구사한다. 단어를 이용해서 필요한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드는 것은 함수 연산을 통해서 새로운 값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유사하다. 이 과정은 인풋과 아웃풋이 즉시 연결되어 있어서 단순하고 간단하다. ‘엄마 좋아’ ‘이거 내꺼’ 등의 말이다.

다음 단계는 하나의 상황을 종합하는 것이다. 이 때에 비로소 목적이 생긴다. 예를 들어 가족 모임에서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은, 착하고 예쁘다는 칭찬을 목적으로 한다. 즉 목적을 위해서 적절한 행동과 말을 선택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바로 목적을 위해서 학습한 결과이다. 여기까지는 현재의 인공 지능 발전 과정과 일치한다. 이 다음 단계에 주목해 보자.

사람은 누구나 성장 과정 중에 사춘기를 거친다. 사춘기를 ‘질풍노도’, ‘반항’ 또는 ‘침잠’의 시기로 표현한다. 이런 특징은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사춘기의 뇌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질서를 재편한다. 그 과정 중에 혼란과 혼돈을 겪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동시에 여러 가지 목적이 입력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춘기 전에는 대체로 순간 순간 한 가지 목적에 충실하면 되었지만,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고 신체가 변하는 이 시기에는 동시에 여러 가지 목적에 뇌가 노출되는 것이다. 마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대사처럼 우열을 나눌 수 없는 목적이 동시에 입력되는 것이다. 사춘기 청소년의 특징은 바로 이 상태에 비추어 보면 많은 부분이 이해된다.

예를 들어 보자. 청소년이 가장 많이 맞닥뜨리는 문제는, 이성을 알아서 사랑을 하고 싶은데, 주변의 요구는 대부분 공부를 위해서 행동을 절제하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둘은 모두 양보할 수 없이 중요한 목적이라서 양립시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청소년은 방황을 한다. 그 방황의 형태가 바로 질풍노도, 반항, 침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드러나는 모습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바로 양보할 수 없는 두 가지 목적이 동시에 입력된 것이다. 

이 혼돈과 혼란의 시기에 인간은 학습 다음 단계의 지능을 발전시킨다. 바로 목적에서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나아가 각각의 목적을 모두 달성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가치관이 성립된다. 상이한 두 목적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도록, 목적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조정하는 체계를 가치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고 복잡한 사회 생활에 몸담을수록 동시에 입력되는 목적의 수가 많아진다. 처음에는 두 개 정도였던 상이한 목적의 수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두 개에서 성공하면 그 과정에서 얻은 학습을 바탕으로 두 개 이상의 다양한 목적도 조화시킬 수 있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진다는 말의 의미는 이것이다.

사춘기는 대개 학창시절이다. 학창시절에 학업에 성공해서 사회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람들이, 오히려 인간 관계나 개인의 내면적 성숙에서는 미흡하여, 고민하고 실패도 하는 것을 종종 본다. 주변 사람들은 안타까워하지만 사실 이 결과는 이미 예상된 것이다. 사춘기 혼돈의 시기에 다양한 목적의 조화를 위한 질풍노도, 반항, 침잠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단지 학업의 성취라는 단일한 목적만을 추구한 결과 가치관의 형성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사회적 질서가 학업 성적에 따라 결정되는 현재의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안타까운 결과이다. 

인공 지능의 발전은 지금 학습의 단계에 정체되어 있다. 과연 ‘인공 지능이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주관적 경험에 따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바로 인공 지능이 학습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 지능의 발전 단계 중 사춘기를 살펴보면,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판단의 단계로 인공 지능을 발전시키는데 무엇이 필요한 지를 알 수 있다. 바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이상의 목적을 부여하고 그 상이한 목적들을 조화롭게 해결하도록 하는 과제-아마 이것도 또 다른 상위의 ‘목적’이 되겠지만-을 부여하는 것이 그것이지 않을까 한다.

즉 인공지능적 ‘가치관’을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 덴티스트리-3 (Ⅱ)는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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