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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윤 원장의 슬기로운 치과의사생활] 어느 꼰대의 “라떼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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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윤 원장의 슬기로운 치과의사생활] 어느 꼰대의 “라떼는 말이야~”
  • 김남윤 원장
  • 승인 2021.05.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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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윤치주과치과의원 ㅣ김남윤 원장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993년 치주과 인턴으로 시작한 치과의사생활 중 치주질환의 분류(Classification)는 크게 4번 변화했다. 

원내생과 전공의 때인 1977년, 만성 변연성(Chronic Marginal)치주염 시대를 막 벗어났다(그 때까지 이 질환명을 진료기록부에 차팅하는 교수님도 계셨다). 1986, 1989년에는 미국치주과학회(AAP)의 질환 분류에 따라 가족력이 있고 전치부와 제1대구치부의 특징적인 심한 치조골 소실 양상을 갖는 질환을 유년형(Juvenile) 치주염이라 했고, 국소적인 형태(Localized)와 전반적인 형태(Generalized)로 나눴다. 일반적인 치주염은 성인형(Adult) 치주염이라고 했다. 필자는 지금도 이 분류가 입에 더 익는다. 선수끼리는 전반적인 형태의 유년형 치주염을 ‘POST LJP’라고 했다. 

그러다 개원 초기 1999년 지금의 치주과학책 7판에 나오는 만성(Chronic) 치주염, 급진성(Aggressive) 치주염으로 진행 정도에 따라 국소적이냐 전반적이냐로 진단했고, 성인형 치주염의 약어였던 AP가 전혀 다른 질환인 급진성 치주염의 AP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2018년 유럽치주연맹(EFP)과 미국치주과학회(AAP)의 분류로 치주염의 심각도와 복잡도에 따라 1기(Stage I)에서 4기(Stage IV)로 나뉘고, 진행속도에 따라 A등급(grade A)에서 C등급(Grade C)로 나뉜다. 마치 암(Cancer)의 크기와 전이 정도에 따라 질환과 상태를 진단하는 방법과 같다. 

분류가 바뀐다고, 치료 방법도 바뀌냐?
혹자는 묻는다. 분류가 달라져서 치료방법이 달라졌냐고? 근본적으로 물리적인 기구에 의한 국소적 요인을 제거해 염증을 줄이는 대전제는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 전공의 시절, 중등도의 치주낭(4~6mm)보다 깊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무조건 해오던 비변위 판막술(Undisplaced flap)의 빈도가 개원해서는 많이 줄어들었다. 외과적인 치료법보다 비외과적인 치료법에 더 의지하고, 심지어 전신적인 항생제 투여나 국소약물송달(Local Drug Delivery)같은 부가적(adjunctive)치료의 빈도가 더 늘어났다. 그리고 잇몸이 어느 정도 치유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재평가(Re-evaluation) 하는 일도 많았다.

치주수술 후 초기 치유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잇몸이 내려가는 휴유증으로 이가 더 시리고 흔들리는데, 환자가 힘들어 의료진에게 불평 불만을 많이 호소하기 때문에 비외과적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결과가 크게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크게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감염된 백악질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그레이시 큐렛의 날을 세워 빠각 빠각 소리가 날 때까지 치근면을 활택(Planing)했다면 최근에는 RSD(Root Surface Debridement) 개념으로 치근면의 부착물과 치은연하 바이오필름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초음파 스케일러도 그레이시 큐렛도 날이 작고 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치주과학을 전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너무 어렵다. 치과학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그 중 치주과학은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연차가 높아지고 경험이 쌓이면서 치아에서 구강으로, 구강에서 얼굴로, 얼굴에서 전신으로 이어지는 위대한 신의 섭리를 한낱 인간이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 인턴 때 빠른 속도로 무난하게 수술을 잘 마친다고, 나는 치주과학을 위해 태어 난 사람인 것 같다는 착각을 한 것이 지금은 쥐구멍에라도 머리를 박고 싶은 충동이 들 만큼 민망하고 부끄럽다. 치료계획을 세우기 전 예후를 판단하는 것도 어렵다. 개개 치아의 예후와 전체 치아의 예후는 맥과이어(McGuire)분류에 따라 결정하는데, 나의 판단과는 다르게, 좋지 않은 방향(Hopeless)쪽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치주과 의사란?
전공의 시절 야심찬 계획이 있었다. 치주수술만 열심히 하고 환자 리콜만 잘하면 노후에는 그 환자 풀(Pool)로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개원하자마자 환자의 순응도를 체감하고 절망하며 단념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공중보건의 시절 보던 환자를 지금까지 보고 있고, 내가 식립하고 보철까지 했던 임플란트 환자를 25년 이상 리콜하고 있으니 나름 성공한 치주과 의사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물론 성공의 기준이 각자 다르긴 하겠지만 말이다. 

인도에서는 지저분한 길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을 ‘거리의 성자(聖者)’라고 한다. 치주과 의사는 매일 하는 일이 입안을 청소하는 일이니 ‘치과의 성자’쯤으로 비유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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