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대는 외부감사제도 ... 실리 두고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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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대는 외부감사제도 ... 실리 두고 의견 분분
  • 구교윤 기자
  • 승인 2021.05.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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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투명성 제고 당연 Vs. 막대한 예산 소요 부담

대한치과의사협회 제31대 이상훈 집행부 핵심 공약인 ‘외부회계감사 도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외부회계감사는 기업이나 단체의 회계를 투명하게 처리해 신뢰를 높이고 부정비리를 막기 위한 제도다.

클린집행부를 표방하는 이상훈 회장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우던 3대 공약 중 하나로 이 회장은 당시 “외부회계감사를 도입해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생기는 법적 시비를 차단하고 투명한 협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달 치협 대의원총회에서 외부회계감사 도입 사전 준비를 담당하는 주무이사가 돌연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치협의 추진 의지에 의문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보여주기식 공약을 내건 것이 아니냐는 신랄한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

한 개원의는 “외부회계감사는 많은 회원이 원하던 공약이다. 실제 이 공약을 위해 많은 유권자가 투표를 했는데 계속해서 지연하고 있는 건 회원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실제 외부회계감사를 두고 집행부 내부에서도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회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투입해야 할 막대한 예산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치협은 앞서 선진회계법인에서 외부회계감사 의견으로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다. 외부회계감사 의견은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 4개 의견 중 하나로 통보된다. 

그중 의견거절은 외부감사가 해당 기관의 회계장부를 감사하는데 충분한 자료를 수집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나온다. 즉 회계장부에 하자를 발견하기 위한 감사 자체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치협 회계장부가 현재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협이 외부회계감사를 받기 위해서는 국제회계기준에 맞는 회계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데 이때 드는 비용이 1억3000만 원 수준이다.

이 같은 규모는 현재 치협이 추진하는 구인구직 홈페이지 구축 사업과 치협 치무·국제·홍보위원회 연간 사업예산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경우에 따라 최대 4억 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되는 터라 집행부에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의약단체 중 외부회계감사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사례가 없는 만큼 자칫 치협이 부정비리를 저지른 단체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이 같은 리스크를 감당할 지에 대해 집행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비용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공약만 내세웠다는 점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개원의는 “회비를 내는 대부분 회원은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자신의 회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알고 싶어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른 개원의는 “최근 교회나 시민단체 등 비영리단체에서도 회계 투명성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치협도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현재 정치적 목적으로 집행부를 흠집내려는 모습도 적지 않아 보인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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