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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아리랑-대한치과감염학회 공동기획] 2015년 메르스와 2021년 코로나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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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아리랑-대한치과감염학회 공동기획] 2015년 메르스와 2021년 코로나 바이러스
  • 이성복 회장
  • 승인 2021.04.22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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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에 대처하는 치과의사의 자세 ①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은 국내외에서 유일하게 의대병원-한의대병원-치대병원 3개의 병원이 한 건물 내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독특한 병원이다. 따라서 MERS 환자가 응급실에 방문하면서 시작된 감염자 발생 때문에 하는 수 없이 3개 병원이 모두 폐쇄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2015년, 마침 대한치과감염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어서 MERS 사태로 병원 전체가 폐쇄돼 있는 동안 수차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정치권 대표들의 방문이 있었고, TV와 일반 언론사 매체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의대병원을 필두로 해 치대병원과 한의대병원도 이번 사태로 인한 엄청난 재정적 손실을 동시에 겪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이들 모두를 포함시켜 지원토록 하고, 우리 병원 밖의 다른 치과 의료기관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면 꼭 보듬어서 도와줄 수 있어야 더 바람직한 사후 대처가 될 것이라고 그들에게 역설했다. 

그러한 취재 경쟁 속에서 병원의 안팎으로 여러 관계기관(의대, 한의대, 간호대, 의협, 한의협, 간호협, 의료기사협, 지역 의료기관 등)의 대형 현수막들이 걸렸고, 거기에는 그들의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감염병 확산에 별로 관심이 없던 그 시절 치과계(치과대학, 치협, 치위협, 치과 의료기관…)로부터의 격려의 현수막이나 메시지는 전혀 없었기에, 한지붕 세가족의 일원으로서 다른 분야의 구성원들에게 아주 민망스러웠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현수막 좀 하나 걸어달라고 몰래 여기저기 부탁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연일 계속되는 대책회의 때문에 아쉽게도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평소 치과병원의 감염방지 및 관리에 관심이 많아 2006년 이곳 강동지역에 경희대학교 제2 부속병원을 개원하는 초기부터 감염관리에 투자를 많이 해왔다. 그래서 전국 어느 병원보다도 감염관리에 있어서는 최고의 선진 수준을 유지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특히 치과 환자들에게 HCV, HIV등을 항상 스크리닝하면서 고위험 감염성 질병에 대해 철저하게 선제적으로 대비했고, 환자 1인당 핸드피스 1개씩을 교체 사용하는 철저한 감염방지를 실천해 왔다. 

사실 2006년 병원 개원 후 2개월이 지날 무렵, 전국 대부분의 치과의원에서 환자 1인마다 핸드피스를 교체 사용하지 않고 있던 사실이 PD수첩에 공개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보도사건 때문에, 대학 당국으로부터 미리 그러한 것들에 대비했던 선제적 조치에 대해 큰 칭찬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내 병원에서의 그러한 선제적인 ‘철저한 감염방지 실천’에도 불구하고, 한지붕 세 가족(의대-치대-한의대병원)이다 보니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동시에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일반적인 비말 감염이라도 치과병원에서는 공기 감염처럼 확산율이 높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치료기구 중 고속회전을 하는 절삭기구들은 구강 내 체액(혈액과 세균 포함)을 4~5미터 이상 공기 중으로 확산시키므로, 우리 같은 대학병원에서 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 감염에 가장 취약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난번 우리가 겪은 몇 차례의 국가적 감염병 발생 시마다 같은 지붕 아래의 치과의사들을 1차 백신접종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의학적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치과병원 차원에서는 감염관리를 위한 선진국 수준의 시설 개선과 직원교육 등에 만전을 기하고 싶어도 비용이 너무 커서 역부족이다.

통상적으로 치과병원에 1억 원의 매출이 있다면 그 안에 청구하지도 못하는 감염관리 비용(소독, 멸균, 일회용품 등 감염방지관련 방호장구)이 기본적으로 3~5% 이상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국가적 대처와 미래지향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은 세계인이 한 나라처럼 이동을 쉽게 하고 있으므로, 지금부터라도 감염 문제에 대한 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해서 앞으로 제2, 제3의 유사질병의 확산이 없도록 해야 한다. 2015년, 한 의료기관의 장이었던 나는 그 태풍의 눈 속에 갇혀 2개월 간을 고통과 희생으로 지내야 했다.

하지만 그 고난을 전 구성원들의 일치단결로 극복하고 난 지금, 우리 모두는 참으로 값진 교훈으로 재무장해 전 세계에 만연하고 있는 현재의 신종 바이러스 팬데믹 시대에 대처하게 됐음을 실감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2015년의 쓰라린 경험들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이 화(禍)를 돌려 복(福)으로 만드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고, 이번 COVID-19를 현명하게 극복해 경이로운 인간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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