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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MBA]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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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MBA]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 김효진 이사
  • 승인 2021.04.15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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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은 누구나 들어본 익숙한 말 일 것이다. 중요한 업무나 직책을 맡으면 그만큼의 책임감과 중압감으로 그에 맞게 성장하고 결국엔 그 자리에 부합하는 인물로 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말 그럴까?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맞을까? 오늘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이야기의 다른 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얼마전 스터디에 참여해 코칭역량 일깨우기 단계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중, “사람은 자신의 무능함이 드러날 때까지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말을 듣는 순간 2020년 책쓰기 준비를 하며 작업해 두었던 ‘자리는 사람을 드러낸다’는 필자의 오래된 글이 떠올랐다.

정말 자리는 사람을 만드는 것인가?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리는 그 사람을 드러내기도 한다. 피터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조직의 상위 직급은 무능한 인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는 이론으로 미 컬럼비아대 로렌스 피터 교수가 1969년 발표한 관료제의 병리현상을 지적한 이론이라고 한다.

피터의 법칙에 따르면 수직적 계층조직에서는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한 직원들이 조직 내 고위직을 차지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조직 내 구성원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주어진 직책과 궁합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직책의 적임자를 선택할 때, 그 직책에서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보다 지금껏 보여 온 업무의 성과에 기초해 평가하게 되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현재의 직무수행 능력은 너무나 뛰어나지만 중요한 업무나 직책을 맡게 되었을 때 현재의 능력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치과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진료실에서의 직무능력은 너무나도 훌륭했고, 그 누구보다 인정받던 직원이었지만 상담이라는 새로운 업무나 팀장이나 실장의 역할을 맡게 됐을 때 그 역할에 맞게 잘 적응해 성장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동안 하지 않았던 실수를 연발하며 좌절감을 느끼고 자존감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또 이전 직장에서는 분명 인정받던 팀장이었는데, 이직을 한 이후 역할이 맞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업무의 능력부족이 아니라 관리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을 때를 말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조직은 어떻게 적임자를 찾아야 바람직한 것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업무성과에 의존하기보다 직무수행 능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능한 상사와 함께 일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무능한 상사에게 유능한 직원은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제법 괜찮은 성과를 낸다면 그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응원할까?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무능한 상사는 자신의 무능함을 방어하기 위해 직원들의 평가에 박하고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폄하하기 쉽고,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면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기에 직원들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가혹하게 대하는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조직의 성과가 저조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휘하의 직원들이 자존심과 업무 의욕이 점점 감퇴한다면, 우리 조직의 상사를 한 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상사는 어떠한가. 나는 어떠한가.

‘자리가 사람을 드러낸다’는 말은 ‘우리 조직의 상사는 무능할지도 몰라’를 이야기 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강조한다. 자리를 통해 무능함이 드러났다면,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역할의 궁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과 드러난 내 그릇의 크기를 스스로 가늠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함부로 무능을 의심하여 무능한 직원을 만드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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