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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아의 하늬바람] 또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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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아의 하늬바람] 또 봄!
  • 홍선아 이사
  • 승인 2021.03.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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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창가 햇살이 며칠 전과 다르게 따사롭게 느껴져 달력을 보니 입춘이 지났다. 아침 출근 준비! 어느새 내 얼굴에 떡하니 지분을 차지하고 앉은 거뭇거뭇 기미와 잡티들을 커버하기 위해 이뻐지라는 주문과 함께 거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이것저것 열심히도 찍어 바른다.  

이번 순서는 헤어! 뜨거운 바람을 연신 뿌려가며 서둘러 변신을 하려고 보니 거울 속 흰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확 띈다. 얼마 전 후배가 “염색 좀 하시죠”라고 말 했을때만 해도 “자연스러운게 좋은 거야”라며 자신감있는 척 했는데 오늘은 내 하얀 머리카락이 아침부터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세상 참 빨리 변한다는 말은 종종 들어왔지만 거울 속 내 모습을 통해 나도 이젠 정말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레 따라가고 있구나 실감한다. 그리고는 잠시 상념에 빠져든다. 지금껏 단 한 번의 쉼 없이 바쁘게 살아온 것 같은데 완성된 작품은 과연 무엇이고, 지금은 또 무엇을 위해 이렇게 종종거리며 달려가고 있는 걸까? 기억 토막들을 하나씩 꺼내어 끼워 맞춰 본다.

지금과 달리 꽤나 날씬했던 꼬마 시절부터 고집이 쎈 녀석이라는 평을 들었던 것이 여태껏 지나오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겁 없이 덤벼들었던 바탕이 되었을 터. 잠시 동안의 임상 생활을 접고 당시에는 생소했던 ‘치과건강보험청구’라는 우물을 파기 시작했던 것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고, 우물을 파내려가는 동안 접했던 여러 난관들도 끝내는 헤쳐 나올 수 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선택으로 인해 내 삶의 큰 흐름이 바뀌었고, 결국에는 내가 가진 지식을 나누고자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로 접어들었다. 단순 지식 전달자라는 오명을 듣지 않기 위해 더 깊은 우물을 파내려가야 했던 것 같다. 가끔은 지칠 때도 있었고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게으름의 지배를 받는 순간순간의 유혹도 있었지만 스스로를 조련하며 여태껏 계속 우물을 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동안 만났던 수많은 얼굴들과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여러 장면들이 스친다. 대부분은 내 얕은 지식을 전달받은 제자들인데 이제는 나름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행보를 지켜보자면 ‘찐’ 흐뭇함을 느낀다. 그 중 몇 몇은 아직도 그 연을 이어가는 중인데 끝까지 지치지 말고 완주하기를 기대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지속적인 응원을 보낸다. 그러나 챙겨야 할 주변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생겨나는 걱정 보따리도 함께 커지는 법 일진데 나는 어쩌려고 이 마음이 멈출 수 없는지 참 의문이기도 하다.

대학에 수업을 나가다 보니 우리 세대와는 다른 의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많다. 우리가 그동안 살아온 세상사 모든 일들은 사람을 직접 대면해야만 어떤 일이든 성사되고, 진행되고, 함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19를 계기로 그렇지 않아도 따라가기 힘들던 요즘 세대들의 문화는 더더욱 이해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어울림 문화는 사라지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졌으며 학교와 선생이라는 존재는 미미해지면서 그들의 최고 선생님으로 유튜브가 자리를 잡은 듯 하다.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무슨 말이든 줄여서 말하는 그들의 대화에도 동참하기 힘들고 노래 가사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요즘 난 누구? 여긴 어디? 씁쓸한 미소를 혼자 머금는 시간들이 많아진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처럼 새로운 세대와 공감을 느끼는 정도와 방식이 바뀐 탓도 있으리라는 생각에 눈높이를 달리할 방도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음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사람사는 세상이지 이 곳이 달나라는 아닐지니 오늘도 어떤 방식의 소통이든 최선을 다하며 잘 버텨나가 보련다. 생각이 너무 멀리온 듯 하다. 어쨌든 또 봄은 온다. 조그만 텃밭 하나 가꿀 수 있다면 감자랑 고추랑 오이 한 고랑씩 심어 수확 시기가 되면 똑똑 따서 나눠가며 더불어 살고 싶다. 꿈은 이뤄진다고 했으니 일단은 출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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