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욱 공보의의  사랑니] 우리는 결국 소통하기 위해
상태바
[이은욱 공보의의  사랑니] 우리는 결국 소통하기 위해
  • 이은욱 공보의
  • 승인 2021.02.25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 한달간 집에만 가면 어머니와 누나가 굉장히 분주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분주해지면 분주해질수록 집이 헐빈해져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제 옷장도 묘하게 비어 보입니다.

춥던 날이 살랑살랑 풀리면 입으려고 했던 옷들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사드렸던 화분도 몇 개 보이지 않습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 집에 있는 창고로 걸어가 보니 세상에나, 반이나 차 있던 창고가 거의 비어 있었습니다. 바로 당근마켓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크게 재밌는 일이 없으셔서 심심하다 하소연하시던 어머님께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생겨 매우 기쁩니다. 당근 장사를 계속하실 수 있도록 새 물품을 창고에다가 채워 드려야 되나 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요. 

집에 쓰지 않던 물건들을 저렴히 왕창 내놓으시더니 이젠 직접 만드신 물건들도 무료 나눔 하시고…. 어플에서 주는 이런저런 도전 과제들을 달성해나가시는게 재밌으신가 봅니다. 당근 거래에 만난 사람들과 커피도 한두잔하시더니 일상의 활기를 찾으시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어머님들껜 당근 마켓이 가장 뜨겁다곤 하지만, 젊은 친구들에겐 다른 앱이 굉장히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물론 당근도 유행 중입니다). 이제 막 출시해서 그런지, 혹은 이제 막 출시했음에도 그런건지 여하튼 굉장히 인기가 있는 앱이 있습니다. 바로 클럽하우스입니다. 음성을 기반으로 한 소통 앱이며, 누구나 쉽게 가입이 가능한 여타 SNS와는 달리 한 사람당 두 명밖에 초대할 수 없어 초대권도 소중하게 거래도 된다고 합니다.

라디오처럼 누군가들이 떠들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들 가만히 듣거나 혹은 발언권을 얻어 말을 할 수 있는 앱입니다. 참 색다른 아이디어입니다.

재미난 어플&앱이라 관심을 두고 보던 차에 문득 치과 생각이 듭니다. 세상 만물을 보면서도 치과 생각이 나는 걸 보니, 제가 치과의사 면허를 따긴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아직까진(제가 생각하는 멋드러진) 진료다운 진료를 해보지도 못했지만, 야금야금 제 머릿속엔 치과라는 녀석이 가득 차긴 했나 봅니다.

이제 정말 되돌릴 수 없는 길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저는(아직까지는) 치과 일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환자 입안을 들여다보며 여러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내 모습도 좋고, 또 레진을 쌓아 올리다 보면 뭔가 창작활동을 하거나 예술품을 만드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으뜸은, 환자분들이 아픈 마음을 가지고 오셨다가 저와 여러 대화를 하거나 치료를 통해 나아가는 그 소통 과정이 참 좋습니다. 물론 같이 일하는 공무원 선생님들과의 다양한 소통도 너무 좋고요.

당근이든 클럽하우스든 치과든 다 각자 자기만의 매력도 있고 추구하는 방향, 속성조차 너무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타인과의 소통입니다.

중고 거래를 하는 것도 중요하고, 혼자서 허공에 대고 떠드는 것도 중요하고, 치과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적어도 저는) 그 중 소통을 가장 핵심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다른 건 그저 건덕지나 연결고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치과 일, 환자의 입안에 집중하게 됩니다. 선배님들이나 교수님들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인 입안에 갇히지 말란 말씀이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요즘입니다.
결국 중요한건 환자의 소통인데 나는 치아랑만 소통하고 있는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일은 환자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겠습니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