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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윤 원장의 슬기로운 치과의사생활] 출근 길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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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윤 원장의 슬기로운 치과의사생활] 출근 길 단상(斷想)
  • 김남윤 원장
  • 승인 2021.02.18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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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잠자리를 뒤척였는지 오늘도 늦잠을 잤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출근 준비를 위해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직장까지는 차로 약 20분.

20년을 넘게 오가던 길이라 눈 감고도 길이 훤하다. 잠시 신호등 때문에 정차를 하게 되면 “오늘 어떤 환자가 있더라?” 생각도 해보고 수술이 있는 날이면 “흠…. 오늘은 이렇게 해야지” 라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곤 한다.

치과 임상은 출퇴근길 신호등과 같다
출퇴근을 위해 반복해 같은 길을 가다 보면, 늘 같은 사거리에서 신호등에 걸린다. 평일과 주말의 신호등 연동과 제어 순서가 약간 다른 것도 알게 된다. 아무리 내가 속도를 내어 빨리 가도 늘 신호등은 나를 멈추게 만들고, 만약 내가 어기면 교통범칙금 스티커가 날아온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 개원했을 때 제한 속도가 80이었던 왕복 10차선 도로가 70에서 60으로 최근에는 50으로 줄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예전에 없었던 자리에 과속단속 카메라가 생기기도 한다. 마치 덤핑하는 비급여 임플란트의 광고 가격과 비례해 속도 제한이 내려가는 듯하다. 개원 환경이 점차 급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한 예전에 없었던 새로운 교통 수단이 도로에 나타났는데 바로 ‘씽씽이’라고 부르는 전동 이동장치이다. 최근에는 코로나 영향 탓인지 배달 오토바이와 택배차량도 많아진 것 같다. 모두 운전할 때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상황이듯 예전보다 치과 임상도 약물에 의한 골괴사증(MRONJ)등 세심하게 전신질환을 스크리닝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생겨난 것 같다.

달리고 멈추는 것은 모두 신호등에 의존해야 한다
아주 간단하고 쉬우며 사람들 간의 약속이자 사회규범이 바로 신호등이다.

녹색 신호에서는 달리고, 빨간 신호에서는 멈추고, 노란 신호등에서는 우선 멈추고 화살표 신호등은 진행 방향에 따르면 된다. 치과 임상에서도 늘 머리 속에는 신호등이 켜진다. 녹색 신호가 오면 예후가 좋을 것이고 빨간 신호등이 머리 속에서 켜지면 내가 하지 말고 상급의료기관에 의뢰해야 하고, 노란색 신호등일 때는 경과관찰을 한 후에 치료의 진도를 나가야 한다. 화살표가 아래로 향하는 U-턴 신호에서는 치료를 중단하고 과감하게 돌아서야 하고, 좌회전 신호일 때는 치료의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 신호를 어기면 교통신호위반이 되고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지거나 때로는 범칙금을 내야 할 때가 있듯이 임상 상황에서도 머리 속 신호등을 위반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돼있다. 운이 좋아 몇 번은 피해갈 수 있지만, 그것은 당신의 능력이 아니라 요행일 뿐이다.

길을 가다 보면, 비보호 좌회전이나 우회전 할 때도 있다
오랜 동안 봐오던 환자를 막다른 길에 내몰지 않기 위해, 가끔 내 능력을 벗어난 치료를 해야할 때도 생긴다.

우리가 녹색 신호 하에 비보호 좌회전을 할 때나 진행 방향의 우측 횡단보도에 녹색 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우회전할 때 좌우를 잘 살피듯이, 환자의 현재 상태를 잘 살피고, 환자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증언을 잘 해줄 수 있는 보호자와도 라뽀(Rapport)를 잘 형성하고 상황과 여건이 좋지 않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 해보겠다고 한다면 결과는 모두가 겸허히 수용할 것이다.

예기치 않은 출퇴근 사고
매일 오고 가는 잘 알고 있는 길이라고, 다음 사거리의 신호등이 무슨 색깔인 줄 안다고, 지레 짐작하고 가다가는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할 수 있듯이 또한, 신호등 앞에서 예측 출발은 금지이듯 매일 밥 먹듯 하는 임상 술기도 결과를 장담하지 말아야 한다. 자만과 방심은 스스로를 도탄에 빠뜨릴 수 있는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누구에게는 즐겁고 설레는 출퇴근 길이고 누구에게는 세상에 없는 지옥을 경험하고 오는 출퇴근 길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마음의 신호등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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