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숙 교수의 느린 산책] 나는 한 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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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숙 교수의 느린 산책] 나는 한 살입니다.
  • 황윤숙 교수
  • 승인 2021.01.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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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축년의 새해가 밝았다. 언제부터인지 새해는 그저 시간의 연속선상에서 달력을 교체하고 다이어리를 새로 쓰는 일상적 행위의 하나일 뿐 새날에 대한 감흥이나 설렘이 점점 둔화되어 갔다. 

그런 날들 속에서 유독 2020년 경자년을 보내고 신축년을 맞이하는 새해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필기도구를 준비하고 다이어리 첫 장을 마주한다. 아마도 그것은 1960년 경자년에 태어나 60년을 보내고 다시 만난 2020년 경자년 흔히 말하는 인생을 한 바퀴를 돌아 맞이하는 첫해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같이 수명이 늘어난 시대에 인생 한 바퀴의 의미는 과거 전통 중 하나로 단지 형식에 불과한 일상적인 것으로 특이 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기로 지난 60년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 왔는지 돌이켜 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필자 또한 지난 시간들의 대부분은 채움의 시간들이었다. 

공부를 통해 지식을 채우고, 책을 모으고, 학위와 각종 자격증들을 취득하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모아 ‘나’라는 보따리에 담고자 한 시간들이었다. 물론 채움의 과정 중에 간간히 배운 것들을 공유하고 나누는데 활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또한 경험이란 산물로 나의 곳간에 쌓였던 것 같다. 

채움이었던 지난 시간의 반추는 한 바퀴를 돌아 만나는 미래 시간에 해야 할 일을 제시해 준다. 채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하나씩을 꺼내 비우는 과정이고, 그 과정은 내 안의 보따리에서 유용한 것들을 하나씩 꺼내 함께 사는 사회라는 보따리를 열고 그 곳으로 하나씩 옮기는 것을 말하며, 나보다 우리를 위해 활용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바퀴를 돌아 만나는 신축년은 내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한 살이다. 한 살의 걸음걸이가 뒤뚱거리고 부족하듯 아직은 무엇을 비우고 어떻게 다른 보따리로 채워 가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가진 것들을 옮김은 단순히 찬장의 그릇을 옮기는 것처럼 자리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모양도 변하고 부피도 변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혼자의 행위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방법으로 옮겨질 수 있고, 그 부피는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하기에 주변과 함께 실천하고자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라는 단어와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다. 

산책 길에 찾던 가게에 불이 꺼지고 유리창에 임대 문의 종이가 붙어있다. 지인과 함께 들른 피자집은 2시간 동안 매장을 찾는 손님이 없어 카운터의 주인이 안쓰럽고, 방역 핑계로 자주 주문하는 배달 음식의 플라스틱 용기를 보며 후손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또한 전국적으로 활발하던 공중구강보건사업은 중단되거나 축소되어 지역 주민의 구강건강이 염려스럽다.  

어떤 일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지만, 매일 SNS에 플라스틱 분리 방법을 일깨워 주는 페친(페이스북 친구)처럼 시민으로서 또 현장의 구강전문가로서 각 개인이 또는 우리들이 함께 해야 할 일들도 있다. 

우선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으로는 코로나19 상황에 나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될 방법들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실천의 사례들을 공유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구강보건현장을 지원하는 일은 보다 체계적이어야 한다. 지난해의 구강건강교육사업이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어려움이 있었다. 

비대면을 위한 구강건강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활용 방법을 홍보하고 참여할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일이 지역주민에게도 구강보건사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비움을 위한 한 살로 시작하는 올해는 채우던 시간과는 다르게 콩닥거리는 가슴 뛰는 소리가 들린다. 올 한해가 마무리될 때 여러 사람들의 가슴에서 같은 소리를 듣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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