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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잣대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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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잣대는 중요하다
  • 김관모 원장
  • 승인 2021.01.14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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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미터)
1790년, 프랑스 정부는 전 세계적인 단위의 표준을 정할 필요성을 느끼고 미터법을 제정할 때, 거리 기준을 지구로 삼았다. 전체 자오선 길이가 아닌, 적도에서 북극점까지 거리인 10,000km를 표준으로 정했다. 이유는 당시 기술 수준으로 남반구 지역에 관측소를 설치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1m는 적도에서 극점까지 거리의 1000만분의 1을 기준으로 하게 되었다. 초기 1m의 표준 원기는 금속 물질로 제작했으나, 금속 특성상 온도와 습기 등 환경에 따른 미세한 변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미터를 정의하는 방법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었다.

1793년: 북극과 적도 사이 거리의 1/10,000,000.
1795년: 황동으로 된 임시 미터 원기의 길이.
1799년: 백금으로 된 표준 미터 원기의 길이.
1889년: 단면이 X자이며, 백금-이리듐 합금으로 된 국제 미터 원기의 길이.
1960년: 진공에서 크립톤-86 원자 2p10과 5d5 준위 사이 전이에 해당하는 복사 파장의 1650763.73배.
1983년: 진공에서 빛이 1/299,792,458초 동안 진행한 거리(빛의 속력 참고).

kg
최초로 고안된 킬로그램 단위는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그라브였는데 이는 얼음물 1리터 무게로 정의됐다. 그러나 그라브가 귀족을 뜻하는 Graf와 발음이 비슷하다고 꺼렸고, 또한 단위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라브의 천분의 일에 해당되는 단위인 그램(Gramme)을 표준으로 삼고 그라브를 폐지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램이 표준단위로 삼기에는 너무 작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전 단위인 그라브를 다시 표준으로 삼기엔 귀족들은 그라브란 명칭을 꺼렸다. 그래서 그램에 천 배를 뜻하는 Kilo를 붙임으로써 새로운 단위 킬로그램(Killogramme)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킬로그램은 SI 기본 단위 중 유일하게 접두어가 붙은 단위가 됐다. 킬로가 붙은 것 때문에 그램이 기본단위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SI 단위에선 엄연히 킬로그램이 질량 단위다.

원기는 1kg의 기준이 되는 물체를 일컫는 용어다. 기존 정의는 원기를 필요로 했고, 이에 따라 최대한 안정한 재료로 원기를 만들었다. 백금 90%와 이리듐 10%로 구성됐으며, 높이와 지름이 각각 39mm인 원기둥 모양의 물체다. 이 물체는 유리관에 담겨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BIPM) 지하 금고에 보관돼 왔다.

100년이 지나는 동안 이 원기는 공기와 반응하기도 하고, 이물질이 묻기도 해 미세하게 질량이 변했다. 현재 처음 만들었을 때보다 최대 100㎍은 가벼워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원기 질량이 조금씩 변했다. 문제점은 원기 자체가 변했기 때문에 얼마나 변했는지 측정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원기가 변하거나 어떤 재난으로 파괴될 위험성은 이미 예전부터 제기됐다. 

플랑크 상수로 kg을 정의하자는 주장은 예전부터 있었으나 정밀도가 낮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술의 발전으로 플랑크 상수 값을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고, 이 값을 2018년 11월 16일 열린 베르사유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2019년 5월 20일부터 적용했다. 

이처럼 아주 기본이 되는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잣대는 혼란을 야기하고 불평등을 초래하며 사람들의 원성을 사게 된다. 친한 사람에게는 큰 되로 재서 물건을 많이 주고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작은 되로 준다면 당장은 어떻게 무마되어도 결국 모두에게 알려지고 그런 상점은 망하게 될 것이다. 지금 더욱 엄격한 자를 들여야 할 곳에서 고무줄 자를 들고 죄를 재단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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