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마지막 인사말- 치과의사와 환자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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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마지막 인사말- 치과의사와 환자의 관계
  • 홍소미 원장
  • 승인 2020.12.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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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입을 열어 마지막 말까지 다 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필자는 마지막 말은 언제나 할 수 없고 하지 않는다. 마지막 말은 입 밖으로 나가지 않고 마음에 남아 마음을 뜨겁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탈아리랑 편집자가 마지막 말을 하라고 준 기회에는 무슨 말을 할까? 필자는 치과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고 싶다. 

내가 상대하는 사람이 환자일까? 고객일까? 물론 환자일 수도 있고 고객일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정리가 필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질문에 오랜 기간 대답할 수 없었다. 필자 자신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환자냐? 고객이냐? 하는 질문을 하기 전에, 환자가 고객이 되면 의사는 무엇이 되는가를 질문했더라면 답은 더 빨랐을 것이다.

고객이라면 우리의 자세도 좀 더 사업가쪽으로 갈 것이고, 환자라면 우리의 자세는 좀 더 의사 쪽으로 갈 것이다. 즉, 내가 상대방을 무엇으로 여기는가에 따라 내가 무엇인지가 결정된다. 그러나 의료와 사업은 매우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이전 기고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개원의들은병립하기 어려운 둘 사이에서 매우 딜레마를 느끼고 그 개인적인 딜레마는 현재 치과계 전체의 딜레마가 되고 있다. 

지나간 이야기를 해 보자. 우리는 10여 년 간격으로 두 차례의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 1997년 IMF 때에는 기존 수가와 새로 시장에 편입된 임플란트의 가격 가치를 고수해 IMF 이후 경제 회복기에 치과 역시 호황기를 맞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의료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는 일반 경영이 치과 경영에 유입되면서 가격 세일이라는 하급 마케팅을 하는 다수의 치과가 나타났고 그로 인해 치과의 가격 경쟁이 촉발됐다. 그 결과, 위기가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치과의 경제는 회복되지 않고 반토막난 일반 수가, 노른자 위 일반 항목의 건강보험 편입이라는 늪 속에서 치과의사는 헐값 의료를 제공하는 직업으로 떨어지게 됐다. 같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위기를 대하는 자세에 따라 결과는 이와 같이 달랐다. 

헐값 수가가 촉발한 또 다른 문제는 환자와 의사의 주도권 변화이다. 그 병원의 수가는 환자와 치과의사가 만나는 초기 접점인 동시에 그 병원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 발품을 팔면 얼마든지 더 싼 치과를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고 수가가 그렇게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성비에 대한 환자의 욕구는 더해만 가고 있다.

병원을 경영해야 하는 개원의의 특성상 환자의 가성비적인 욕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환자와의 관계 형성 초기 단계부터 주도권을 상실하는 이유가 된다. 가격 경쟁에서 이긴다는 말은 상업적으로는 성공적일 수 있지만 의료 노동의 가치를 더욱 낮게 부른다는 말이고 총액을 맞추기 위해 개수를 늘리는 비의료인적인 입장으로 치과의사 스스로를 이동시킨다.

서 있는 자리가 단단하지 못하고 의사인지 사업가인지 확실하지 않은 발판에 서 있는 기분은 어떠한가? 흔들리는 기반 위에 서 있는 치과의사는 환자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갖기 어렵다. 

특히 현재 한국의 환자는 가성비에 의해 병원을 선택하면서도 자신은 의사를 만나러 병원에 간다고 이중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즉, 상업적인 결정을 하면서 의료적인 결과를 원하는 것이고 대부분의 개원의들은 이러한 이중적인 상황을 견뎌야 한다. 

치과의사는 환자에게 주도적 위치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치과 의사가 주도적인 위치를 갖는 것은 환자의 믿음을 전제로 하는 의료의 특성상 치료의 모든 단계에서 중요하나 요즘의 환자들은 정보도 많고 언제라도 돌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의사가 주도권을 유지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주도권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은 내면의 힘이다. 내면의 힘이 있으면 보다 확고하고 간단하게 환자를 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원장님 병원은 왜 이렇게 비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1) 비용을 깎아준다 
2) 왜 비싼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3) “네, 저희는 비싸요”라고 말한다.

누구나 마음 속으로는 3)처럼 대답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개원의들이 1) 또는 2)처럼 대응하는 이유는 그 환자를 놓치는 것(총액의 삭감)을 견딜 내면의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와의 초기 접점인 비용에서 꺾이면 그 환자를 치료하는 내내 주도권은 멀어진다. 처음부터 3)처럼은 되지 않더라도 “당신은 이 비용을 내야 나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궁극적으로, 3)처럼 말하면서도 환자를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단계가 되면 당신의 내면의 힘은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해진 것이다. 

치과의사의 직업적인 완성이 그 단계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필자는 ‘나는 치과의사이고 당신은 환자다’라는 쪽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이전보다 좀 더 의사 쪽으로 발판을 디디도록 결심한 것 같다. 

앞으로 치과로 사업할 사람은 사업하라고 하고 의료를 할 사람은 의료를 하면 된다. 단지 이것이 지금처럼 가식적이지 않고 명확해지면 된다. 그래서 치료를 선택할 때 환자들이 알고 선택하도록, 고객은 사업가와 만나면 되고, 환자는 의사와 만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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