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도 가을이면 라마단 기간처럼 비우고
단풍이 드는 것은 온도차에 의한 동면(冬眠)이고
단풍이 지는 것은 살기 위한 배설(排設)이다.
봄이면 이프타르(Iftar)처럼 물 머금고 또 올라오겠지만
난 가을이면 가슴이 빈다.
그래서 내 자식의 손처럼 단풍을 곱게 만진다.
우린 임대 인생이니깐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키며
나미비아의 깡마른 코끼리들처럼 욕심도 말려야 한다.
단풍은 떨어짐과 추위를 예견하지만
의미 없이 밟히는 낙엽에게조차
허무를 대신해 감사해야 하는 가을이어야 한다.
그러니 화려한 단풍처럼 살아보지 않겠는가?
건조한 단풍처럼 살아보지 않겠는가?
老子가 五色은 눈을 멀게 한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아름다음을 아름다움에 반하라는 역설이다.
그래 우리 모두 낙엽처럼
숱하게 비우고 가자!
그리고 가볍게 가자!
마지막까지 감사하며.
<내려놓고... 2020-11, 송선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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