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현 원장의 시절인연] 초짜 연구자로서 어려웠던 기억을 더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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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원장의 시절인연] 초짜 연구자로서 어려웠던 기억을 더듬어
  • 김아현 원장
  • 승인 2020.11.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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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도 악몽에서 벗어나느라 힘들었다.

졸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수준 있는 해외논문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업과정에서 발생되는 실험 논문은 부담스러운 요소일 것이다. 실은 2007년 대학원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는 논문쓰기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냥 생화학 시간에 기존 논문 틀에 실험 결과를 맞추어 내는 것이 내가 경험한 논문 쓰기이다. 이런 내가 전문적인 논문을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글솜씨라고는 전혀 없는 내가 논문을 쓴다는 것은 갓 태어난 아기에게 수저를 쥐어주고 밥을 먹어보라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무튼 논문을 쓰기 위한 노력은 아이디어 발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생각할 수 있다고, 처음엔 기본 배경 지식이 없어서 아이디어가 전무했다. 그리고 내놓은 아이디어라는 것도 누군가가 이미 논문화한 것이어서 매우 실망했다. 그런 시간을 보낸지 어느 덧 6개월, 드디어 궁금증을 유발하는 주제를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신맛이 나는 캔디의 치아 부식증’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처음이라 실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라 실수 없이 한번에 이뤄져야 했기에 계획 단계에서 시행착오가 많았다. 실험 대상자였던 치과대학 학생들의 응원에 힘입어 어렵게 실험을 완료하고, 초록 쓰기에 돌입했다. 아직도 그때가 기억에 생생하다. 초록에 칠해져 있던 빨간펜의 수정 흔적들이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감을 앞두고, 나의 윗년차 선배는 끝까지 나를 지켜봐 주었다. 항상 도움을 주고, 작업의 반 이상을 써주셨다. 실험 과정도 너무 어려웠지만 초록을 쓰는 것도 어려움이 많음을 절감했다. 그 때의 고마움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이렇게 엉망진창인 실험에 대해 논문 작성을 요청받았을 때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부족한데 이것을 남 앞에 내 놓으라니…논문을 쓰는 과정의 모든 파일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맨 처음에 썼던 것은 총 4페이지 정도 되는데 눈 뜨고는 못 봐 줄 지경이다. 하지만 마지막 원고로 가는 과정에서 완성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봐도 신기할 지경이다. 지도 교수님과 나의 퇴고 과정을 통해 논문은 점점 ‘진짜’ 논문의 옷을 입고 있었다.

정말 놀랍게도 논문은 완성됐다. 심사결과에서 수정해야 할 상황들도 있었지만 공손하고 겸손한 답변으로 요청 사항들을 수정했다. 이렇게 하여 실험 시작 1년여 만에 논문이 게재됐다. 그 뒤 2년 뒤에 또 논문을 게재했다. 그간 2년 동안 나는 발전해 있었다. 내용도 풍부해지고, 문헌조사도 착실하고 꼼꼼하게 이루어졌다. 이번엔 연구를 도입한지 6개월만에 논문으로 완성되었다. 내 생각에도 나름 깔끔하고 보기 좋게 논문을 쓴 것 같다. 몸이 많이 좋지 않고, 바쁠 때였는데 논문이 완성됐다. 정말 신기했다.

이제 또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문헌고찰을 통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야 한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방법을 고안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아이디어는 공허한 외침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많다는 것이 그렇게 자랑거리는 아니지 않은가. 하나를 하더라도 착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긴장되고 걱정된다. 하지만 이것은 연구자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물론 매번의 연구 주제는 새로운 도전이기에 도전을 앞둔 사람이 긴장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막연한 걱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상의 걱정 중 98%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필요하고 꼭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고민만으로도 바쁜 세상이다. 목적이 있는 일에 대해 본질을 잘 파악하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는 도전과 그 도전의 핵심을 파악하는 심미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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