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원장의 말말말]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듣기’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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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원장의 말말말]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듣기’와 ‘읽기’
  • 정유미 원장
  • 승인 2020.10.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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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키스치과 정유미 원장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요즘의 어린 꼬마친구들도 다 아는 말이다. 하지만 실상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 보이는가? ‘말하기’와 ‘듣기’로 구분한다면 보통은 ‘말하기’로 주도권을 잡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결국 ‘듣기’는 다음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나 더 질 좋은 대화를 위한 질문, 그리고 말하는 이로 하여금 더 재미있게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읽기’는 어떤가? 사실 대화에선 읽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방송에서 토론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선 주제가 뚜렷하게 나와 있는 경우가 많지만 만약 진행자의 ‘말하기’를 잘못 ‘듣기’ 했을 경우 대화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읽기’ 역시 중요하단 것이다. 요즘처럼 문자나 메신저로 대화하는 세대에선 텍스트(text)만으로 이러한 감정 전달까진 어려워진 만큼, 상대방의 문자를 곱씹어 읽는 ‘읽기’를 통해 이해하고 다음 대화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음성대화나 대면대화에서도 ‘읽기’가 잘못된 경우 주어진 논제를 잘못 해석해 대화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고 ‘듣는 과정’에서는 단순히 호응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주도하는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제스처, 눈빛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경청(傾聽)’이란 말의 정의를 살펴보자. 특히 산업안전 대사전(2004. 최상복 저)에 따르면 ‘경청’이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며 그 내면에 깔려있는 동기(動機)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feedback)하여 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해 듣고, 읽고, 이해한 후 피드백까지 주는 과정이 바로 경청이라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방송에서 진행자로 활동하다 보니 여러 방송인들과 아나운서들을 접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다양한 이미지의 방송인들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특히 아나운서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방송에서 이야기를 주도하고 흐름을 이끌어 가듯이 사석에서도 진행 본능을 빛내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즐겁게 대화를 이어가는 부류, 방송에선 대본보다 더 다양한 이야기로 방송을 끌어가지만 사석에선 조용히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가끔 질문을 던지는 부류, 사실 나는 두 번째다. 

방송에선 열심히 이야기를 전달하고 질문과 답변을 이끌어내지만, 막상 사석에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바라보는 것이 더 편안하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아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작 나서서 이야기 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 말이 없던 사람이라도 내가 한마디를 툭 던져주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주인공이 돼 이야기를 쏟아내는 걸 보면 누군가 그 부분을 건드려주길 바란 것은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그저 이런 자리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청하다 보면 무언가 배울 것이 있어 이 순간이 항상 즐겁다.

이 점은 병원 진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 된다. 병원에서 초진 환자들과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주로 듣는 역할에 충실한 편이다. 이가 아프다거나 치아가 고르게 되길 바라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 내면엔 무엇이 있을까? 직업은 무엇이며 가장 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비현실적인 바람을 갖고 치료를 하려고 하지는 않은가? 그러다 보면 느닷없이 남편 이야기이며, 직장 내 서러움, 자식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여자친구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환자들이 하길 원하는 이야기, 듣고자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단순한 치과치료만 하는 의사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듣는 것이 좋다. 들으면서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이 좋고 그 시간은 온전히 환자의 시간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치료의 원하는 방향이 결론이 지어지면, 몇 가지 질문을 통해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인지 확인하게 된다. 그런 다음 결국 치료방식에 대해선 나열하듯이 주욱 설명을 해준다. 다른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환자가 원하는 것과 의사가 원하는 것에 대한 접점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초진상담 및 정밀상담 시엔 1시간 정도 상담시간을 할애하게 되는데 이런 프로세스는 환자가 많지 않은 우리 병원에선 가능한데 바쁘고 환자가 많은 병원에선 어려울 거 같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담 시부터 해온 ‘경청’하는 자세 덕분에 그동안 큰 컴플레인 없이 환자를 볼 수 있던 것 같다. 

청산유수처럼 이야기를 주욱 늘어놓는 사람들은 처음엔 지적으로 보이고 똑똑해보일지는 몰라도 결국엔 차라리 말을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경우도 꽤 있었다. 그러다보니 가장 엘리트다울 거라 예상한 정치인들의 다소 우스꽝스러운 대화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실제로 몇 정치인들은 불리할 땐 항상 ‘동문서답’을 해버리고 마치 일부러 경청하지 않는 듯한 태도에 눈살이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정치인들이야 그 이면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거겠지만 우리들은 일상생활에서만큼은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상대방을 대한다면, 보다 진정성 있는 대화와 유연성 있는 인간관계가 가능하지 않을까?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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