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면허도 방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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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면허도 방탄인가
  • 구교윤 기자
  • 승인 2020.10.08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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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간 범죄행위로 면허 취소된 치과의사 16명
치과계 자정작용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정부의 공공의료 확충 정책에 반발하며 시작된 의·정 갈등이 극적인 타결로 일단락됐지만 이른바 방탄 의사면허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31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의료악법 개정을 요구합니다’라는 청원글에는 총 36만 명이 동의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청원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악법으로 의사는 살인, 강도, 성폭행을 해도 면허가 유지된다. 특히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를 유지할 수 있어 공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소불위 괴물이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청원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등 여론이 들끓자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지난 10월 6일 의사가 면허 취소 행위를 2회 이상 반복할 경우 면허를 영구적으로 취소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권승철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2010~2018년 특정강력범죄 검거현황’에 따르면 성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의사는 총 848명으로 조사됐다. 그중 살인을 저지른 의사는 37명에 달했으나 자격정지는 4명에 불과했으며 처분도 1개월에 그쳤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에서 면허 규제 대상 범죄는 낙태, 의료비 부당 청구, 면허증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등 일부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의사가 살인, 강도, 성폭행으로 처벌받아도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는 얘기다. 

반면 변호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세무사 등 다른 직역의 전문직이 형사범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경우 자격 취소 처분이 가능하다.

과거 의사도 형사범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 취소 사유가 됐으나, 지난 2000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결격사유로 인정하게 됐다.

여기에 10년간 접수된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 103건 중 승인된 건이 100건(97%)에 달해 의사면허 재교부가 운전면허 재취득보다 쉽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치과의사도 투명치과 사태를 비롯해 최근 이벤트로 모집한 환자 수백 명에게 치료비를 선납 받고 돌연 잠적한 서초구 치과 사건 등 낯부끄러운 사건이 연일 잇따르면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범죄를 저질러 면허가 취소된 치과의사는 16명에 달했다.

의료계는 침습 행위가 있는 의료행위 특성상 다른 전문직과 동일하게 법을 개정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는 입장이지만, 의사의 윤리의식을 키워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지난해부터 광주와 울산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전문가평가제가 수도권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치협 관계자는 “투명치과는 과거 윤리위원회에 여러 번 회부된 적이 있으나, 치협 차원에서 제재할 권한이 없어 막지 못한 사례”라면서 “비윤리적인 치과의사를 제재하고 치과의사의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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