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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원장의 시절인연]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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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원장의 시절인연]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 김아현 원장
  • 승인 2020.09.17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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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치과의사의 신경치료 받은 썰

잊기 전에 기록해둬야겠다. 치과의사의 치과치료 후기 말이다. 언젠가부터 물을 마시면 오른쪽 하악 구치부분이 시렸다. 그리고 언제부턴가는 씹기가 불편해졌다. 알다시피 크랙치아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정이 바빠 미루다보니 치과 가기를 미루었고, 할 수 있는건 엔도해서 사용하다가 발치 밖에 없으니 포기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냥 쓰지 뭐.

하악 전치부에 치석이 침착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스케일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완전 친한 후배네 치과에 가기로 했다. 데스크 직원은 내가 치과의사인 줄 모르고 있고, 진료실 선생님들도 내가 그냥 원장님 지인인줄로만 알고 있다. 아주 편하게 스케일링을 받고, 후배 부부와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가면서 나는 후배에게 울부짖었다. 제발 신경치료 안 하면 안되겠니??

나는 신경치료를 받아 본 적이 없다. 사랑니 발치도 치과대학 입학하면서 해버려서 마취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솔직히 말하면 어린 아이일 땐 조절이 불가능한 어린이어서 대학병원 치과에 다녔고, 성인이 된 후에도 겁쟁이다. 그런 내가 무려 충치가 없는데도 신경 치료를 해야 한다니… 이 문제는 관리가 무색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치료는 의외로 간단히 끝났다. 그래서 치의학 이론과 실제 환자의 느낌(오감)을 매칭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이 경험을 기록하고 싶었다. 먼저 침윤 마취이다. #47 원심후방부터 자입하는 것 같았다. 근심으로 이동할수록 아팠다. 설측을 할 때는 혀의 외측부분의 감각이 사라져 물로 헹굴 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입을 6번 정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냥 참을만 했다. 

전달마취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프닝을 하면서 조금씩 시린 느낌이 들었다. 치수강내 마취를 하는지 니들팁 느낌은 금속 막대를 넣었다 뺀 둔탁한 느낌이다. 파일로 신경을 제거할 때는 바늘이라기 보다는 숟가락 같은 걸로 파내는 느낌이다. 하지만 치근첨에 가까울수록 통증이 있었다.

나의 경우는 ML에 기구를 넣을 때마다 찌릿찌릿한 느낌이었다. 내가 아무래도 ML이 아픈 것 같다고 했더니 임상적으로도 거기라고 했다.

첫날 진료를 마치자마자 진통제 한 알을 먹고 평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틀을 보내는 새벽 2시, 전기자극으로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내게 닥치니 극심한 공포감이 몰려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후배에게 전화를 하고 카톡을 남겼다. 그 시간에 깨어있을 것 같은 선배에게도 연락을 했다. 정말 어이없게도 나는 치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너무 무서웠다. 후배에게 연락이 닿는다면 지금이라도 치과에 가고 싶었다. 그 방법 밖에 없으니 말이다. 대안으로 가방을 뒤져서 진통제를 먹었다. 종이에다가 통증 유발 시간을 기록했다. 그 간격이 30분이 넘는 시점에 잠이 들 수 있었다. 하지만 눈을 떠도 오늘은 일요일이고, 꼬박 하루를 기다려야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이튿날, 동기오빠를 만났다. 나의 치통 소식을 알리며, 쓴 웃음을 날렸다. 오후 세시쯤 되니 또 치통이 시작됐다. 내일까지 어떻게 참지?? 아 진짜… 진통제를 또 먹었다.

다행히도 월요일엔 통증이 사라졌다. 충전을 하기 전에 파일링을 다시 하면서 근관내를 깨끗이 하는 과정에서도 치근첨에서는 불편감이 존재하였다. 충전을 할 땐 뜨거웠다. 코어를 하고 좀 기다려 보기로 했다. 크랙치아니깐. 중간에 해외도 다녀오고 해야해서 프렙퍼레이션 전까지 시간이 길어졌다. 설측에서 혀로 치아를 대면 아픈 게 조금 있는 것 같은데 그것도 점점 줄어들었다.

프렙을 할 땐 고속주사되는 물 때문에 앞치아가 너무 시렸다. 그리고 탄 내가 났다. 뭔가 부조화가 있는 것 같아서 후배에게 이야기를 했다. 또한 임시치아를 만들 때는 모노머 때문에 죽을 것 같았다. 후각을 자극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혀나 잇몸이 녹아 버릴 것 같아서 내 나름 코와 모든 구강 내 연조직을 닫고(?) 있었다. 임시치아를 만드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지루하고 힘들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건망고를 먹다가 임시치아가 쏙 빠져버렸다. 환자들에게 맨날 입버릇처럼 캬라멜이나 엿 같은 거 드시지 말라고 말씀드리는데, 역시나 나도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깨물어서 임시치아가 깨지지 않은게 다행이다. 얼른 치과에 가서 후딱 붙였다. 

드디어 끝이 보인다. 인상채득을 하면서 바이트를 제대로 떴는지 염려됐다. ‘내가 잘 물었던가…?’ 내 치아는 shade가 특이하다. 교합면은 A2, 나머지면은 A3. 그래서 A2로 지르코니아를 제작했는데, 많이 예쁘더라며. 세팅하는 건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이 치과와 기공사의 협력이 빛을 바랬다. 연락처를 물어보고 싶을 만큼 만족도가 높았다.

그런데 원심협측 교두가 닿는게 느껴졌다. 담당의의 평가는 괜찮다고 하여 앉아서 맞춰 봤다. 누워서 하면 닿고 앉으면 안 닿는다. 누우면 턱이 약간 후방으로 이동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환자 입장이 되어보니 불편하고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역시나 하루 자고 났더니 원래 내 치아처럼 편하다. 그래서 영원히, 오래오래 쓸 수 있기를… 말도 안 되게 빌며 일상으로 복귀했다. 

신경치료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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