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현 원장의 시절인연] 굳이 정확하게 말하자면,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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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현 원장의 시절인연] 굳이 정확하게 말하자면, 함께 하겠습니다
  • 김아현 원장
  • 승인 2020.07.16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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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라는 끝을 알 수 없는 터널 속에 있다. 

이 와중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새 치과에 둥지를 틀고, 새 명함을 만들었다. 그리고 약간은 부들부들 떨며 환자가 늘어가는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치과가 잘 돼야 할 텐데 노심초사 중이다. 새 치과 근처 운동센터에 등록도 했다. 굳이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흔 줄에 새 인생을 살아보고자, 이대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느껴져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센터에서 귀가를 준비하던 중에 당황스런 기사를 읽게 됐다. 속보로 그의 실종이 보도됐다. 긴가민가해서 각종 신문의 포털사이트를 찾아보았다. 정말 그는 실종되었고,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색 중이었다. 믿을 수 없었는데 누군가가 그랬다. 네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를 수 있다고. 반신반의하며 집으로 와서는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핸드폰으로 뉴스를 확인했다. 

사망소식이었다. 그러면서 이어진 여러가지 소식들. 굳이 말하자면 피소와 관련된 소식들이다. 소식들이 오보이자 가짜뉴스이길 바랬다.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오른쪽 측두근이 당기면서 상악이 얼얼하고, 하악도 아픈 듯했다. 두통약을 먹어도 정신이 맑아지지가 않았다.

환자를 어떻게 봤던가, 일상을 어떻게 보냈던가. 어찌어찌 며칠이 흘렀다. 불현듯 90년대의 어느 시기가 떠올랐다.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했던 그때, 그의 책을 읽고 의지를 불태웠었다. 드디어 깨달았다. 지난 며칠간의 두통과 어지러움은 진실 여부를 떠나서 30년 전 10대 내 영혼에 생채기가 났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며칠 전에도 다른 사건의 과정을 보며 다른 사람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여전히 무기력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엇을 해야할 지 알고, 그것을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마음으로만 분개하고 어두운 곳에서 후원은 하지만 밖으로 목소리는 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글을 몇 번을 썼다, 지웠다가 했다. 칼럼을 의뢰받고 무엇을 쓸지 글감노트를 뒤적거리는 데 뭔가 내키지 않았다. 마감은 다가오고, 시간은 없고 그런데 영 책상 앞에 앉기가 쉽지 않았다.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동네를 걷고 걸어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른다. 

아 진심은 이미 글감은 답정너인데 이게 잘하는 일인가 어쩐가. 결국 이 글을 쓰는 것으로 한발을 내딛었다. SNS에서 관련 글들을 읽을 때마다 ‘좋아요’를 누르기까지 망설였고, 그것들을 공유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마음이 시켜서 하는 일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말이다. 기회가 된다면 진심으로 말하고 싶었다. ‘굳이 정확하게 말하자면,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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