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원장의 말말말] “저는 괜찮습니다” 지금은 다 함께 잠시 멈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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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원장의 말말말] “저는 괜찮습니다” 지금은 다 함께 잠시 멈춘 시간
  • 정유미 원장
  • 승인 2020.05.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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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키스치과 정유미 원장

치과에서 오래 전부터 수술이나 prep시 줄곧 사용하던 페이스 쉴드(face shield)를, 최근엔 매 환자를 볼 때마다 착용하게 됐다. 또한 지난달 직원들 모두에게 고글(goggle)을 선물해줬다. 이미 쉴드가 병원에 10개 정도 있었지만, 스탭들이 잘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불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안경을 끼는 경우이거나 무게감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구강을 주로 진료하는 치과의사들은 루페를 사용하기도 하고, 고글이나 다양한 쉴드를 이용해 코로나사태 이전에도 환자의 구강에서 나오는 타액이나 혈액, 세균으로부터 보호해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사태로 최소한 우리 병원에선 전 직원이 보호장구를 착용하게 된 것이다. 일회용 덴탈마스크(dental mask)와 일회용 장갑(glove)은 물론 다 착용해왔지만, 쉴드나 고글 역시 정말 필요한 장비였고 이미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사용해오지 않았던 것이다. 코로나사태 이후에 발생한 치과환경의 변화는 국가의 규제에 의해서이기도 하지만, 자발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밖에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뒤돌아보는 여유와 스스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주의하고 예방하는 경각심도 생겼다. 치과 신환은 물론, 구환도 줄었지만, 혹여라도 확진자가 방문할까 봐 걱정이기도 하다. 무증상감염 상태의 확진자도 있어 대기실에서 체온측정과 문진 시행에 문제없었던 경우였으나, 방문후 2주~15일 자가격리를 하게 된 병원도 있다 하니 이젠 도대체 어디서부터 조심하고 주의해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서 볼멘소리를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만 멈춘 게 아니라 모두가 멈췄다. 이 위기를 틈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사람들도 있고 폭리를 취한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췄다. 나도 그 중 하나이다. 멈췄다고 나만 뒤쳐지는 게 아니라, 다같이 한 타임 쉬어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모처럼 집에서 쉴 기회도 생기고, 직원들과 세미나를 하며 조용히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나만 답답하고 참고 있는 게 아니라, 모두 참고 견디고 있다. 

유재석 씨가 진행하는 TV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선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대구에서, 한 의료진과 인터뷰를 했다. 그 의료진의 “저는 괜찮습니다”라는 말에 국민MC인 유재석 씨가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만 운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도 울었고 나 역시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나는 서울에 개원해 있는 치과의사이고 내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이기에 대구에 내려가서 돕지 못한다고 위안을 삼았다. 내가 만약 의사였고 개원의가 아니었다면, 선뜻 대구로 자원해 코로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우리는 서울에서, 또 다른 지역에서 힘들다고 울고 있었지만, 당장 대구시민들은 그 어려움을 아주 조용하게 견디고 있었고, 대구를 도우러 간 의료진은 괜찮다며 우리에게 위안을 줬다. 그 방송 이후 한 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내 여동생도 이비인후과 의사이다. 한 때, 나와 내 여동생은 당장 본인들에게 주어진 환자를 돌보느라 수년 전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와 얼마 전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를 돌보지 못해 스스로를 한탄하며 원망한 적이 있다. 내 가족도 못보살피는데 어찌 다른 환자를 보살피냐며.. 하지만 과연 내가 내과 의사였어도 부모님의 질병을 조기 발견하거나 이상징후를 알고 부모님을 적시에 살려낼 수 있었을까? 부모님의 상황 하에서도 내 치과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하거나, 원장님이 있어 너무 다행이었다고 말해줄 땐 치과의사로서 커다란 보람을 느끼게 되고, 또 다시 치과의사로 자부심을 갖고 상담과 진료를 할 수 있지 않았는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는 중국과 한국, 그리고 아시아를 건너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등으로 번져 팬데믹(pandemic) 상황이 됐다. 앞으로도 이 사태는 장기화될 것이고, 사상초유의 유래 없는 초, 중, 고 학생들의 온라인 개학과 수업이 이뤄졌다. 어찌 보면 4차시대혁명을 향해 가는 우리가 언젠가는 이 과정을 거쳐야 했을 일이다.

다만 이 일들이 코로나 사태로 좀더 빨리 다가와서 모두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구세주 같은 인물이 나타나 단번에 답을 제시해주면 좋겠지만, 지금은 학교선생님이나 학생도, 주부나 어르신은 물론, 의료진도, 정부정책가들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갑작스런 질문에 주관식, 서술형 답을 달라 하니 누가 풀어도 어렵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정책이야기에도 요즘엔 누군가 정책 관련 이야기를 하면, 팔랑귀처럼 이 사람의 말이 옮은 것 같기도 하고, 저 사람의 논리가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전문가가 제시하는 마스크 사용방법도 CDC권고안과 우리나라 질병본부관리본부에서 제시한 권고안이 차이가 있다고 하니, 무엇을 따르는 게 옳은지 판단하기도 어려운 시점이기도 하다.

지금은 나를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멈춰 있어야 할 때임이 자명하다. 다만 치과의사로서, 한 의원 및 병원의 원장으로서 직원들을 다독이고 보건교육을 강화하고 감염예방에 보다 집중해 우리 스스로의 건강과 직원들의 건강, 가족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더 나아가 지역사회는 물론, 당장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사태에 임하는 자세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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