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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 MBA] 침묵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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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 MBA] 침묵의 대화
  • 박종석 코치
  • 승인 2020.04.02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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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코치의‘성장하는 병원의 비밀23’

필자가 초보코치일 때 가장 난감했던 상황은 코칭 중 고객이 갑자기 침묵할 때였다. 왜 갑자기 침묵하는 것인지, 이럴 때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등 여러 생각들이 필자의 머리 속을 맴돌았지만 막상 고객의 침묵을 깰 용기가 없어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저 당시의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침묵은 ‘말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침묵 속에는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흘러 넘친다. 말이 없다고 해서 침묵이 빈 공간인 것은 아니다. 광활한 우주가 거대한 빈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암흑물질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 없는 빈 공간 속에는 또 다른 형태의 이야기가 가득 찬 것이 침묵이다. 

코칭에서는 침묵을 비언어적 형태의 의사소통으로 본다. 코칭 중에 고객은 다양한 형태로 자기만의 의사소통을 한다. 과거의 일을 회상하며 얼굴 색 또는 표정이 바뀌거나, 어떤 이야기를 하면서 두 손을 꽉 움켜쥐거나, 소파에 앉아 소파 가득 자신의 몸을 기대거나 두 눈에 눈물이 맺히거나 끝없을 듯한 침묵에 빠지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말에 의미를 더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동들을 의미 없이 흘려 보내지 않고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이다. 침묵 또한 마찬가지다.

침묵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상대에 대한 반항의 표현, 상대의 의견에 대한 동의, 자신의 입장의 유보, 과거의 회상, 숙고의 상태, 신중함의 표현 등이다. 이러한 의미들을 말과 따로 떼어놓고 보면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과 같지만 ‘침묵은 말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전제’라는 주장을 수용한다면 침묵 자체가 자기 의사 표현의 일종이 된다.

침묵이 의사표현의 일종이라면 말에 의미가 있듯이 침묵에도 그것이 뜻하는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대화는 훨씬 더 다채로워질 것이다. 그러나 그 의미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그 순간에는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흘러 상대가 침묵의 의미를 말해 줄 때 그리고 상대에 대한 적극적인 경청의 상태에서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말을 이해하게 될 때 침묵의 의미는 살아난다. 

직원과 면담할 때 가끔 침묵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침묵이 일어난다. 직원이 침묵하는 동안 그 직원의 마음 속에는 수많은 이유의 침묵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 침묵의 시간을 못 견디고 다른 질문을 던지거나 반복된 질문을 하며 재촉하게 되면 직원의 생각의 공간을 침범하는 행위를 하게 되는 셈이다. 침묵이 흐른다면 직원의 생각이 정리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물어보면 된다. 침묵을 위한 기다림의 시간은 그 자체로써 유의미하고 창조적이다.

우리의 일상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침묵이 있다. 그런 침묵을 어색해하기보다 침묵을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일상에 존재하는 말의 또 다른 형태임을 수용하며 침묵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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