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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역사의 전환을 가져오는 역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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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역사의 전환을 가져오는 역병
  • 김관모 원장
  • 승인 2020.03.0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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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치과 김관모 원장

잔잔히 흐르는 역사의 강물에서 물길이 커다랗게 변하는 지점을 살펴보면 대 유행한 역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초기 아테네의 전력은 스파르타보다 우세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BC 430년 아테네에서 발병한 아테네 역병, 이 역병으로 당시 아테네 군인과 민간인 4분의 1이 목숨을 잃었다. 역병의 창궐로 전력이 크게 약해진 아테네는 결국 스파르타가 중심이 된 펠로폰네소스 동맹에 패전하게 된다. 전염병이 전쟁의 향방까지 바꾼 대표적인 사례다.

안토니우스 역병은 서기 165~180년 사이에 유행했다. 이 역병은 시리아에 주둔하던 로마 군인들이 귀국하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정체는 천연두로 짐작된다. 이 역병이 유행하던 15년 동안 유럽 전역에서는 이 전염병으로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비롯해 500만 명 이상이 숨졌다.  당시 세계 인구가 2억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동로마가 몰락하는데 영향을 준 역병은 541년부터 750년 사이에 유행했던 유스티아누스 역병이다.

이집트에서 전파된 이 역병은 발병 후 5일 정도가 지나면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죽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이 병으로 하루 1만 명 이상이 사망하며 동로마 제국의 4분의 일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유럽대륙을 휩쓴 유스티아누스 역병은 유럽인구의 50~60% 가량을 감소시켰다. 의학계에서는 ‘유스티아누스 전염병’을 1차 페스트라고 부른다.

이렇게 로마가 전염병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무너지면서 유럽에서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치력을 발휘하던 제국시대는 막을 내리고 중세 봉건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1347년 창궐한 흑사병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역병으로 유럽에서만 총 7500만~2억여 명이 사망했다. 유럽 중세사를 연구하는 사학자 필립 데이리더는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한 초기 4년간의 희생자는 통상 인구의 45~50%로 추산되고 있으나 실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남부 등에서는 인구의 80%가 희생되는 경우도 빈번했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에서도 흑사병이 돌아 전체 중국 인구의 30%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중세 봉건시대가 무너지고 르네상스시대로 넘어가게 된다.

19세기 대표적 전염병은 결핵이었다. 수년간 사람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병을 일으킨다. 결핵으로 1800년대 초반까지 유럽 인구 전체의 4분의 1이 사망했다.

1812년 러시아 정벌에 나선 나폴레옹의 50만 대군을 멈추게 한 것도 전염병이었다. 당시 프랑스군의 2/3가 발진티푸스로 사망했다.

1918~1919년에는 프랑스에서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스페인 독감이 발생했다. 당시 인구가 약 16억 명이었는데, 감염자는 약 5억 명에 사망자는 최소 2500만에서 최대 1억명에 달했다고 추정된다. 이 전염병이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는 것은 스페인에서 시작돼서가 아니라 스페인 신문에 처음 보도됐기 때문이다.

20세기초에는 세균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있었고 공중보건(상수도, 하수도, 위생 등)에 대한 체제도 어느 정도 마련돼있던 시대다. 그런데도 피해규모가 어마어마하다. 1차대전 사망자 수 900만 명의 3배~5배가 넘는 수치다. 심지어 일부 연구자는 스페인 독감의 유행이 1차대전의 종결을 앞당겼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당시 한국에도 스페인 독감이 퍼져 인구의 절반가량인 740만 명이 감염됐고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무오년 독감)돼 있다. 이것은 조선총독부 자료로 실제론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20세기의 가장 무서운 전염병으로는 AIDS가 있다. 에이즈는 1981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해 처음 보고된 이후 감염자가 계속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은 3600만 명에 이른다. 미국에서만 매년 5만 명의 새로운 에이즈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3500만 명이 이 병에 감염된 채로 살고 있다. HIV로 사망하는 이는 연간 200만 명 이상이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마스크와 기침예절을 지켜야 하는 시기가 왔다. 모두 건강하고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자. 그리고 유행병 이후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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